매일신문

[야고부] 보성 땅의 감사 인사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정말 고맙지요." "너무 감사해서 가슴이 벅찼습니다."

최근 전남 보성 땅에 뿌리를 둔 두 집안의 후손이 자신의 선조와 관련된 자료를 네 차례나 우편물로 보내왔다. 대구감옥에서 1910년 사형으로 순국한 의병장 안규홍의 증손자(안병진)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경북 선산부사로 왜적과 싸운 정경달의 후손(정길상)이었다. 내용은 두 집안 선조의 행적과 관련된 자료였다.

휴대전화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감사 인사로 한결같았다. 안 의병장 후손은 일제가 사형 집행 후 버린 할아버지 시신을 거두어 무덤에 표시한 덕분에 무사히 13년 뒤인 1923년에라도 시신을 고향에 반장(返葬)할 수 있게 도와준 대구 사람의 고마움을 잊지 못해 할아버지의 자료를 모은 '담산실기(澹山實記)'라는 문집 등을 보내왔다.

또 정경달 후손은 임란 때 선산에서 왜적을 만나 선산 등 인근 지역 군관민이 함께 국난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고 뒷날 자리를 옮겨 이순신 장군을 도와 활동했던 선조의 행적 등 자료를 우송했다. 덧붙여 일제 때 독립운동으로 대구형무소에 갇혔던 집안 인물의 사연을 비롯한 아픈 가족사(史)를 다룬 소설책도 보내왔다.

특히 정경달 후손은 전화로, 장흥 출신인 자신의 선조를 멀리 경북 구미 선산의 영남유교문화진흥원이란 단체에서 받들고 모시며 기리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너무 감격스러워 선조를 모신 재실까지 제대로 오를 수조차 없었다면서 그는 경북 사람에게 거듭 감사를 전했다.

두 후손의 자료는 일본의 침략을 계기로 두 집안 인물이 대구경북과 맺은 인연이 남다름을 말해준다. 특히 일제 때 두 집안 인물의 대구형무소에 얽힌 가슴 아픈 사연은 더욱 그렇다. 머잖아 대구 중구청이 옛 대구형무소 터의 삼덕교회 일부에 기념 시설을 갖춰 향토 이육사 시인 등을 기리는 일을 할 모양이다. 여력이 되면 먼 보성 땅 두 분 후손처럼, 타지 선조의 순국과 옥고 등도 살피도록 배려하면 어떨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