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흔들림 없었다" 산처럼 묵직하게 마지막 한발 쏜 안산, 끝내 눈물

올림픽 금메달 3관왕에 오른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보여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 금메달 3관왕에 오른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보여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 태풍의 바람도, 난데 없이 불거진 '페미니스트 공격'(외풍)도 올림픽 3관왕을 향한 안산(20·광주여대)의 금빛 화살을 흔들진 못했다. 박지성·김연아 선수처럼 되고 싶다던 소녀는 단 3년만에 꿈을 이뤘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전에서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 올림픽 위원회)를 상대로 슛오프 끝에 6-5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결승에서 맞붙은 상대는 대표팀 맏언니 강채영(현대모비스)을 8강에서 제압한 오시포바. 안산은 슛오프 접전 끝에 오시포바를 거꾸러뜨리고 맏언니의 한까지 풀었다.

5-5 동점 상황에서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가르는 슛오프(연장전). 오시포바의 심박수가 167회를 기록한 반면 안산의 심박수는 분당 118회로 전혀 흔들림 없었다. 경기 내내 심박수 100회 안팎의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던 안산은 마지막 한 발도 어김없이 10점을 맞췄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비난 여론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과거 그가 SNS에 '웅앵웅', '오조오억' 등 표현을 사용한 점과 숏컷 헤어스타일을 두고 '페미니스트'라는 억측이 나오면서 엉뚱하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

심지어는 안산 선수의 금메달과 연금을 박탈해야 한다는 과도한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같은 여파로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 주세요', '악플러들을 처벌해 주세요' 등의 글이 이틀간 수천 건 올라오고 양궁협회에도 전화가 쏟아졌다.

마지막 경기인 여자 개인전을 앞두고 자칫하면 선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안산은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올림픽 양궁 종목에서 사상 첫 세 번째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한국 스포츠 사상 하계올림픽 최다관왕, 도쿄 대회 첫 3관왕이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안산 선수가 2018년 KBS와의 인터뷰 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안산 선수가 2018년 KBS와의 인터뷰 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그는 빛나는 기록과 더불어 3년 전 방송에서 수줍게 말한 꿈도 이뤘다. 광주체고 2학년 시절인 2018년 KBS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성, 김연아 선수처럼 스포츠를 모르는 이들도 이름만 말하면 다 아는 선수가 되고 싶다"던 그의 이름은 전국민의 뇌리에 또렷이 박혔다.

덤덤해보이던 안산은 세 번째로 시상대에 오르면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안산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눈물을 닦으며 나타나 "끝나고 나서 더 긴장되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했다.

경기 내내 별달리 표정 변화가 없었던 그는 "사실 속으로 혼잣말을 계속하면서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고 "혼자 '쫄지 말고 대충 쏴'라고 되뇌었다"고도 털어놨다.

지도자에게도 영광을 돌렸다. 그는 "지도자 선생님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이번 시합 때 잘 할 수 있었다"며 "모두에게 감사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감이 안 난다. 내일도 시합해야 될 것 같다"며 "귀국하면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 엄마가 해준 애호박 찌개"라며 마침내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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