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32>봉화 열린책방

독서도 힙하게! 컨테이너박스 세 채에서 북스테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향하는 88번 국도변
컨테이너박스 세 채가 나란히 초록 잔디밭 위에
내비에 '경북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 785-80'

경북 봉화 춘양면에 있는
경북 봉화 춘양면에 있는 '봉화 열린책방'의 모습. 김태진 기자

강원도와 경계에 있고 겨울이면 눈도 많아 '강원남도'라 불리기도 하는 봉화에 동네책방이 있다는 제보를 듣고 오른 36번 국도. 다행히 구절양장(九折羊腸·꼬불꼬불한 험한 길)의 도로는 아니었다. 곡선주로가 간간이 있었지만 통행에 큰 무리가 없었다. 외려 짙푸른 신록에 창문을 내렸다가 에어컨을 켰다 반복하길 여러 차례. 속도는 저절로 느려졌다.

느릿한 속도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향하는 88번 국도로 접어들면서도 여전하다. 강원도 영월로 향하는 왕복 2차로 국도다. '봉화 열린책방'이라는 간판을 놓치기란 쉽잖다. 국도에서 하천변로로 내려서자 바투 보이는 쉼터다. 2천평 남짓한 넓이다. '농업법인 시앤에이치', '봉화 열린책방'이라는 이름이 병기돼 있다. 행정구역상 주소로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 애당리다.

춘양면민들도 잘 모른다는 곳이다. 도심과는 꽤 떨어진 거리다. 영주와 태백 사이 어디쯤이다. 해발고도 1천m가 넘는 고원지대라 한여름 해가 지고 나면 급속히 기온이 떨어진다. 이곳에서 열대야를 맞았다고 하면 그야말로 심상찮은 기후변화의 조짐으로 읽어도 될 정도다.

경북 봉화 춘양면에 있는
경북 봉화 춘양면에 있는 '봉화 열린책방'의 모습. 김태진 기자

책방은 컨테이너박스 세 채가 나란히 초록의 잔디밭 위에 자리잡은 형태다. 여름 새벽이면 이슬을 머금는다는 잔디밭에서 휴가지 느낌이 물씬 풍긴다. 북스테이하러 가는 곳으로 적당할 것 같았다. 실제로 책방의 고유 기능인 책 구매를 위한 방문은 부차적인 것으로 보였다.

이곳에 2017년 책방을 연 송치황, 김영자 부부도 오지를 찾아 온 곳이 봉화 춘양이었다고 했다. 이들이 이곳에서 집을 지은 건 2011년이었다. 은퇴 이후 살 곳을 찾아 국내에서 괜찮다는 곳은 웬만큼 찾아다녔다고 한다.

책방을 연 건 국어교사였던 김영자 씨의 경력과 연결된다. 은퇴를 3년 남짓 앞두고 봉화에서 교사 경력을 마무리 지었다는 김 씨는 봉화에 하나 있던 책방 겸 문구점이 사라진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김 씨는 "지식과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요즘 세상에서 여전히 종이책을 넘기는 사르륵 소리와 어릴 적 책에 대한 동경과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경북 봉화 춘양면에 있는
경북 봉화 춘양면에 있는 '봉화 열린책방'의 모습. 김태진 기자

적당히 책 몇 권을 갖춰둔 줄 알았던 책방은 제법 크다. 농촌 관련 도서부터 베스트셀러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달까지 가자', '아버지에게 갔었어' 등 소설 신간은 물론 '무라카미T' 등 에세이에, 계간 문예지인 '문학동네', '창작과비평'까지 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도 많다. 중고생들이 좋아할 만한 '슬램덩크', '나루토' 등 만화책도 진열돼 있었는데 산골 오지에 책방을 열다 보니 지인들에게서 기증받은 게 적잖은 터였다.

대구에서 2시간 20분 거리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할 때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 785-80'로, 문의 전화는 010-4237-0875로 미리 하고 가면 좋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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