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 위해 국방예산 깎은 文 정부

정부가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한 2차 추경 과정에서 국방비 5천629억 원을 삭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포퓰리즘을 위해 국방예산을 삭감한 문재인 정부의 잘못은 반(反)국가적 행위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번에 뺀 예산은 F-35A 전투기 도입 예산과 피아식별 장비 및 패트리어트 미사일 성능 개량, 해상초계기 사업 등으로 알려졌다.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과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사업이다.

특정 분야 예산을 늘리기 위해 다른 분야 예산을 줄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빼먹을 예산이 따로 있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북의 핵미사일 도발 대응에 시급하고 절실한 사업 예산을 감액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국방예산이 이런 식으로 삭감되는데 멀뚱멀뚱 쳐다만 본 국방부 장관도 자기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국방비를 줄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2020년도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1조4천759억 원의 국방예산을 삭감했다. 지난해 7월 3차 추경을 마련하면서도 2천978억 원의 국방예산을 줄인 바 있다.

정부 여당은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 선별과 관련, 국민들의 재난 규모에 대한 면밀한 파악이나 업종 구별도 하지 않았다. 어떤 원칙도 없이 여론 눈치를 살피며 국민 80% 지급, 90% 지급, 전 국민 지급, 88% 지급 등 오락가락했다. 그러면서 국방예산을 깎은 것이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지자체에서 봇물 터지듯 현금 살포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20세 1억 원' '고졸자 세계 여행비 1천만 원' '군 제대 때 3천만 원' 등 청년층 표를 노린 선심 공약을 마구 내놓고 있다. 원칙도 없이 돈을 풀기 위해 빚을 내고, 세금을 올리고, 국방예산을 깎는 게 정부 여당이 할 일인가? 표를 얻겠다는 욕심 외에 국가 안위 염려, 외상값을 떠안아야 할 미래 세대에 대한 미안함을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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