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61> 영양 자작나무숲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검마산 해발 430m 산 자락에 빼곡히 자라는 자작나무. 인공 조림 28년 만에 세상에 알려져 코로나 시대에 치유림으로 가치를 발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검마산 해발 430m 산 자락에 빼곡히 자라는 자작나무. 인공 조림 28년 만에 세상에 알려져 코로나 시대에 치유림으로 가치를 발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검마산 해발 430m 산 자락에 빼곡히 자라는 자작나무. 인공 조림 28년 만에 세상에 알려져 코로나 시대에 치유림으로 가치를 발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검마산 해발 430m 산 자락에 빼곡히 자라는 자작나무. 인공 조림 28년 만에 세상에 알려져 코로나 시대에 치유림으로 가치를 발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시원스레 뻗은 영양 자작나무 숲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있다. 초록잎으로 덮힌 숲 속은 한 낮 태양에도 청량감이 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시원스레 뻗은 영양 자작나무 숲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있다. 초록잎으로 덮힌 숲 속은 한 낮 태양에도 청량감이 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마치 하얀 종이를 감은 듯 희고 고운 껍질을 한 영양 자작나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마치 하얀 종이를 감은 듯 희고 고운 껍질을 한 영양 자작나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평균 키 높이 20미터에 이르는 영양 자작나무. 자작 나무는 높이 자라면서 아래 가지를 스스로 떨군다. 가지가 떨어져 나간 옹이 자국이 수피 곳곳에 선명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평균 키 높이 20미터에 이르는 영양 자작나무. 자작 나무는 높이 자라면서 아래 가지를 스스로 떨군다. 가지가 떨어져 나간 옹이 자국이 수피 곳곳에 선명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자작나무의 부드럽고 하얀 껍질.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내한성인 자작나무는 눈이 많은 추운지역에서 복사열 흡수를 막고, 눈의 빛 반사로부터 화상을 막기 위해 껍질이 하얗게 발달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자작나무의 부드럽고 하얀 껍질.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내한성인 자작나무는 눈이 많은 추운지역에서 복사열 흡수를 막고, 눈의 빛 반사로부터 화상을 막기 위해 껍질이 하얗게 발달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홀로 자작나무 숲을 찾은 한 여성이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고정해 놓고 기념 촬영을 위해 뛰어가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홀로 자작나무 숲을 찾은 한 여성이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고정해 놓고 기념 촬영을 위해 뛰어가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청정 영양의 파란 하늘 아래서 자라는 자작나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청정 영양의 파란 하늘 아래서 자라는 자작나무.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누군가 자작나무 껍질에
누군가 자작나무 껍질에 '자작나무 숲이여 영원하라'는 글씨를 써 산책로 옆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검마산 자락.

솔숲을 몇 굽이 지나 마침내 다다른 그곳.

흰옷을 두른 나무들이 파노라마처럼 끝도 없습니다.

앞에도 옆에도 온통 쭉쭉 뻗은 하얀 기둥 뿐.

저마다 가지를 털고 키 높이 대회가 한창입니다.

물소리, 새소리, 나뭇잎을 타고 노는 바람 소리.

매미도 쉬어 우는, 스마트폰도 부질없는 곳.

인적 드문 첩첩산중에 숨은 저 숲을 보겠다고

한걸음에 달려 온 중년 부부도, 나홀로 여행객도

어쩜 이리도 착하게 컸냐며 넋을 놓았습니다.

나무 고향은 위도 40도 위쪽 추운 나라지만

영양군의 보살핌에 용케도 쑥쑥 잘도 자랐습니다.

'자작자작' 타는 소리는 그대로 이름이 됐습니다.

껍질에 기름기(유분)가 많아 이 만한 불멍도 없습니다.

호롱불이 귀한 시절엔 촛불을 대신했습니다.

자작나무 화(樺) 촛불 촉(燭), 화촉.

신혼 첫날밤을 밝히던 '사랑의 불'이었습니다.

얇고 흰 껍질은 종이로, 화폭으로 그만이었습니다.

여러 겹 덧댄 맨 위엔 고운 껍질을 누볐습니다.

신라인은 여기에 천마도를 남겼습니다.

나무는 곧고 단단한데다 뒤틀림도 적어

팔만대장경, 도산서원 목판으로 썼습니다.

지금껏 온전한 것도 잘 썩지 않는 유분 덕입니다.

한방에서도 자작나무는 팔방미인입니다.

껍질, 화피(樺皮)는 동의보감에도 올랐습니다.

청열이습(淸熱利濕),

열을 내리고 습기을 쳐내며

거담지해(祛痰止咳),

가래와 기침을 멎게한다 했습니다.

충치를 예방한다는 자일리톨도 여기서 뽑았습니다.

뿌리·줄기·수액 모두 약성을 갖춰 버릴 게 없습니다.

자작나무 천국 북유럽에선 만병통치약으로 통했습니다.

평균 수령 30년, 평균 높이 20미터.

30.6ha에 12만 그루가 촘촘한 영양 자작나무 숲.

숲 크기는 강원 인제 원대리의 세 배에 이릅니다.

솔잎혹파리 피해를 본 1993년, 산림청이

이 나무를 골라 조림한 게 신의 한 수였습니다.

촛불로, 종이로, 목재로, 한약재로 쓰이더니

이젠 경북 최고 치유림, '핫 플레이스'가 됐습니다.

백옥 같은 피부결로 후련하게 뻗어 오른 숲.

코로나19에 속상한 마음도 싹 데리고 갔습니다.

돌아서기 아쉬운,

아낌없이 품어 주는 자작나무 숲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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