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오늘도 어김없이 큰 돌덩이 하나가 나를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허공에 두둥실 떠 있는 지구라는 돌덩이가 나를 잡아당기고 있다. 그것도 아주 적당한 힘으로 당기고 있어서 오늘도 즐겁게 걸어가기도 하고 급하면 뛰어가기도 한다. 쇠못이 자석에 달라붙는 것이라면 쉽게 이해하겠지만 내 몸둥아리가 지구라는 돌덩이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우주시대를 맞아 중력을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 안성맞춤인 지구 중력이 없는 우주, 그곳에서 과연 살 수 있을까?

◆우주여행 시대가 왔다!
지난 7월 20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 여행에 성공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블루 오리진'이라는 우주 탐사 기업이 만든 '뉴 셰퍼드' 호를 탔다. 미국 텍사스 기지에서 뉴 셰퍼드 호를 타고 고도 100 킬로미터 상공으로 날아가 10분간 비행한 다음에 낙하산을 타고 무사히 귀환했다.
'민간 최초 우주여행' 기록은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가져갔다. 7월11일 오전(미국 서부시간 기준) 민간 우주선을 통한 첫 우주관광에 성공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보다 9일 앞서 우주선 '유니티22'를 타고 지구 대기권 밖에서 무중력 체험을 하는 우주관광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또한 미국 우주 관광 스타트업인 엑시옴 스페이스는 내년 1월에 민간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민간 우주인은 '크루 드래건'이라는 스페이스X의 유인 캡슐을 타고 갈 계획인데 탑승객 4명 중 3명은 민간 관광객이다. 이 우주여행을 하기 위한 왕복 표 한 장 값은 무려 617억원이나 된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도 돈이 있으면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우주에서 거미줄은 어떤 모습일까?
우주에서 식물과 동물은 제대로 살 수 있을까? '거미는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거미줄을 칠 수 있을까?' 이것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인기있는 프로젝트였다. 1970년대부터 수십년 동안 과학자들이 여러 차례 실험을 거듭해왔지만 제대로 답을 얻지 못했다. 드디어 2011년에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무엘 초커 박사는 무당거미를 대상으로 단지 중력이 없는 환경에서 실험했다.
다른 거미들과 달리 무당거미는 지상에서 비대칭적인 거미줄을 친다. 그런데 초커 박사는 무중력 상태에서 무당거미가 더 대칭적이고 중심도 중앙에 더 가깝게 거미줄을 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무중력 상태에서 거미에게 빛을 비춰주면 빛에 반응하여 지상에서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도 발견했다. 그러니까 거미는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모양은 좀 달라도 거미줄을 잘 친다.

지난 6월 3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물곰 5천여 마리와 짧은꼬리오징어 128 마리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서 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우주 환경에서 이 생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험하기 위해서다. 물곰은 크기가 1 밀리미터 정도로 작지만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다. 따라서 물곰을 이용하여 우주의 극한 환경과 우주 방사선 노출에 관해 실험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짧은꼬리오징어는 몸 속에 발광 박테리아를 공생관계로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오징어를 이용하여 저중력 상태에서 동물과 박테리아 간의 상호작용을 알아보려는 것이다. 하와이대학 마가렛 맥폴 나이 교수는 이 연구가 저중력 상태에 있는 우주 비행사의 신체와 미생물과의 관계와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나이 교수는 미세중력에서 미생물과 인간의 공생이 교란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주에서 진행하는 이러한 실험들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우리 인류가 우주에서 생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과 관련되어 있다.

◆우주에서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
이제 우주여행을 넘어 다른 행성이나 우주선에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아기를 낳으려면 먼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스페인의 데세우스 여성병원 몬트세라트 보아다 박사팀이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를 2019년 6월에 유럽 인간 생식 및 발생 학회(ESHRE)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중력이 아주 작은 미세중력 상태에서 냉동 정자의 특성을 조사했는데 정자의 운동성이 지상의 중력 상태일 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결과는 정자를 냉동 상태로 우주로 보내고 우주에서 인간 정자은행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한다.
우주에서 임신이 가능한지에 대한 것은 이미 동물실험을 통해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2000년 일본 나고야 시립의과대 고지마 요시유키 박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중력이 임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런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에서 임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우주 방사선 때문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생활하면 하루에 0.4 밀리시버트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우리가 생활하는 지상은 지구의 자기장이 우주 방사선을 막아주고 있어서 안전하지만 우주에는 우주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되어 위험할 수 있다.
임신 중 태아가 뱃속에서 자라나면서 계속 우주 방사선을 쬐면 발달과정에 이상이 생기거나 DNA 손상 등이 발생하여 기형아 출산이나 유산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외에도 아직 우주에서 임신과 관련하여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있어서 이와 관련된 연구가 더 진행될 필요가 있다.

◆우주에서 인체 변화 실험
2019년 4월에 사이언스 학술지에 우주인 스콧 캘리가 우주에서 지내는 동안 인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관한 내용이 실렸다. 스콧 캘리는 그의 일란성 쌍둥이 마크 캘리와 함께 무중력 우주여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실험에 참가했다. 스콧 캘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인으로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340일 동안 머물렀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마크 캘리는 지상에서 지냈다.
이 쌍둥이의 골밀도, 세포 노화, 심혈관 변화 등 신체 상태를 분석했다. 이 연구결과 전반적인 건강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발견되었다. 스콧 캘리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동안 젖산 수치가 상승하고 염색체의 텔로미어가 길어졌다. 그런데 그가 지구로 돌아와 지내는 동안 젖산 수치가 다시 회복되었고 텔로미어 길이도 보통 수준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가 우주에 있을 때에 인체 장내 미생물이 박테로이데테스에 비해 피르미쿠테스 비율이 증가하였는데 지구로 돌아온 후에 이전 비율로 되돌아갔다. 이것은 우주에서의 미세중력과 우주인이 먹는 음식이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외에도 몇 가지 변화들이 관찰되었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면서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은 현실이 되었고 이제 민간인의 우주여행 시대에 접어 들었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새로운 도전은 또 하나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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