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감염병 대처와 의료취약계층 지원 강화를 위한 제2대구의료원 설립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월 권영진 대구시장이 공공의료원의 추가 건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대구시는 제2대구의료원 건립 타당성 용역비 1억5천여만 원을 추경안에 포함시켰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새로운 의료원의 규모, 위치, 기존 의료원과의 관계 설정 등을 전문 용역 업체를 통해 꼼꼼하게 따져볼 계획이라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년 반 동안 대구 시민들은 열악한 공공의료 서비스의 폐해를 몸소 느껴 왔다. 비록 현 대구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서 1차 방어선 역할을 그 나름대로 수행해 왔지만, 부족한 병상과 인력만으로 밀려드는 코로나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진료 및 수용해 내기에 벅찼던 것이 사실이다.
고(故) 정유엽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를 방증해 주는 여러 사례들 중 하나일 것이다. 공공의료 자원의 부족은 그뿐만 아니라, 의료취약계층에 속하는 시민들을 보건 체계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원인이기도 했다. 시의 유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 확진자들을 전담하다 보니 노숙자, 쪽방 주민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정작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던 것이다.
새로운 공공의료원이 들어서야 할 필요성은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이것이 어디에 들어서야 하느냐는 점일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원의 입지에 따라 감염병 확산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될 수 있을지, 얼마나 많은 의료취약계층들에게 적절한 시기에 의료 지원이 제공될 수 있을지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동구에 제2대구의료원이 건립돼야 함을 역설한다.
동구 지역은 두 가지의 주요한 인구 특색을 지니고 있다.
첫째, 노인인구 및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타 지역들에 비해 높다. 예컨대 대구시 기초생활수급자는 총 7만2천여 명인데 이 중 1만1천여 명이 동구에 거주하고 있다. 이는 중구(2천950명), 서구(7천941명), 남구(7천949명)와 비교해 봤을 때 상당히 높은 비율에 해당한다.
둘째, K2 후적지 개발의 본격화, 혁신도시의 조성, 안심뉴타운의 조성 등과 같은 신성장동력 사업들의 전개를 고려해 봤을 때, 동구는 향후 상당한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지역이며, 이에 따라 의료 수요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공공시설의 이용에 있어서 접근성이 차지하는 중요도를 고려해 봤을 때, 현재 서구에 위치해 있는 대구의료원은 동구 주민들에게 유명무실할 뿐이다. 동구의회 자료에 따르면, 동구 주민의 대구의료원 이용률은 2.1%에 불과하다. 하물며 유일한 대형 병원인 파티마병원은 동구보다는 오히려 북구 쪽에 가깝다. 불로동 거주자는 교통체증 시에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구급헬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이다. 의료취약계층이 가장 많은 지역의 주민들이 정작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제2대구의료원의 동구 건립 당위성은 단순히 서쪽에 하나 있으니 동쪽에도 하나 있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로부터 비롯하는 것이 아니다. 동구 주민들이 처해 있는 상황 및 동구에서 발생할 앞으로의 잠재적 의료 수요까지 모두 고려해 봤을 때, 공공의료원이 창출할 수 있는 최대의 공익적 가치가 동구 건립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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