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염증성腸질환 10년 새 2배 급증

설사·복통 있다고 다 같은 장염 아닙니다
반년 간 체중 10%↓, 혈변·빈혈·치루 동반 크론병·대장염 등 의심
식습관 서구화 영향 아시아 발병률 급증…약해진 면역도 한 몫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염증성장질환(IBD-Inflammatory Bowel Disease)은 과거 희귀병으로 분류됐지만 최근 들어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장 질환이다. 유명 연예인이 앓고 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IBD는 소화기관에 비정상적인 만성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하루에 7, 8차례 이상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음식만 먹으면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는데 엄청난 불안과 불편을 겪어야 한다. 장이 뒤틀리는 듯한 복통이 낮 뿐 아니라 밤에도 나타나 밤잠을 제대로 이루기도 힘들다.

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궤장성 대장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4만8천483명, 크론병은 2만5천476명으로 모두 10년 전과 비교해 약 2배 이상 환자수가 증가했다.

김은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거에는 한 달에 몇 명 정도 신규 환자를 만날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매주 2~4명씩 새로운 환자가 찾아온다"면서 "통계적으로는 2배 증가이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춰봐서는 서너배 이상 늘어난 듯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체중감소, 야간 증상 있다면 IBD의심해봐야

염증성 장질환은 설사·복통 등의 증세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유사하다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참고 지내다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지만, 평생 안고 살아가야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동반되야 한다.

IBD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다른 점은 잦은 설사와 복통 외에 ▷6개월 동안 10% 이상의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 ▷혈변 ▷빈혈 ▷야간 잦은 변과 복통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유전병은 아니지만 친족 중 IBD 환자가 있다거나 ▷항문 농양이나 치루가 현재있거나 과거 치료받은 병력이 있을 경우는 IBD를 의심해 봐야 한다.

IBD의 대표적인 질환인 크론병은 10~20대를 지나며 진단되는 경우가 다수다. 식도에서 항문까지 소화기 전체에 걸쳐 염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소장 끝부분이 대장과 연결되는 회맹부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염증이 깊다보니 환자가 느끼는 고통의 정도도 심한 편이다. 장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 혹은 농양이나 협착 등으로 수술 받는 사례도 많다.

이에 비해 궤양성 대장염은 병변이 대장에만 생기며 점막 표면에만 염증이 생긴다는 차이점이 있다. 보통 항문 바로 위에 있는 직장에서 병변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잔변감이 있고, 피가 대변에 묻어나는혈변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IBD의 발생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과, 장내 미생물과 인체 면역시스템의 이상 반응이 지속되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적인 IBD 발병률 그래프를 보면 과거에는 유럽과 북미 등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아시아와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반면 아프리카는 뻥 비었고, 동남아시아 역시 발병률이 극히 낮다.

김 교수는 "옛날부터 '위생 가설' 이런게 있었던 것처럼, 인체는 미생물과 면역 체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살아가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항생제 등의 약물에 많이 노출돼 살아가다 보면 변형된 장내 미생물과 더불어 면역 체계와의 적절한 접촉 기회가 줄어서 IBD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지 않는가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꾸준히 치료한다면 삶의 질 개선 가능해

IBD 프렌즈 앱. 증상 일지 형태의 이 앱은 대한장연구학회 염증성장질환 연구회를 통해 널리 사용되며 IBD환자들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은수 교수 제공
IBD 프렌즈 앱. 증상 일지 형태의 이 앱은 대한장연구학회 염증성장질환 연구회를 통해 널리 사용되며 IBD환자들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은수 교수 제공

크론병이나궤양성 대장염을 진단하기 위한 명확한 진단법은 없다. 이 때문에 소화기내과 의사들 조차도 상당히 진단을 내리기가 까다로운 병 중 하나라고 한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어떻게 아팠느냐 환자를 문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그 외에 염증검사와 대장내시경, 피검사, 대변검사, 필요시 영상검사 등을 통해 최종적인 진단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만큼 김 교수는 "진단을 내리기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고 했다. 만성질환으로 시급을 다투거나 생사를 좌지우지하는 병은 아닌데다, 한번 잘못된 진단이 내려지면 먹지 않아도 될 약을 평생 먹고 살게 되는 잘못을 범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너무 낙심할 필요도 없다. 아직 강력한 완치제는 나오지 않았지만, 기존 항염증제나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 화학약제와 더불어 다양한 생물학제재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어 선택의 폭은 넓어진 상황이다. 생물학제제는 염증물질에만 반응해 치료하는 기전의 약물로 IBD환자들의 삶의 질과 예후를 개선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웹사이트를 활용해 평상시 자신의 증상일지를 꼼꼼히 기록하는 것도 병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증상 일지는 2012년 김 교수가 처음 개발한 뒤 지금은 'IBD 프렌즈' 앱으로 업데이트 해 대한장연구학회 염증성장질환 연구회를 통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김은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은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 교수는 "증상 일지를 쓰면 그래프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12가지 패턴으로 분류해 경과와 예후, 치료 결정 등을 할 수 있고, 그 외에도 약먹는 시간, 주사 시기 등을 알람으로 알려준다"면서 "환자들은 보통 2,3개월에 한 번씩 외래진료를 받는데 그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면 보다 정밀하게 환자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난치질환이지만 중단하지 않고 열심히 치료에 임한다면 증상치료부터 삶의 질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임산부의 경우 아이에게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무작정 복약을 중단하는 경우도 잦은데, 엄마가 염증을 얼마나 잘 조절하는가에 따라 태어날 아기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면서 임신 중에도 지속적인 치료를 당부했다.

도움말 김은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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