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언론재갈법’ 찬성하는 여권 대선주자들의 민주주의 부정

언론사에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 의무를 부과해 '언론재갈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여권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찬성하고 나섰다. 지지율에서 여권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2일 충북도당 간담회에서 "5배 배상은 약하다"며 "고의적·악의적 가짜 뉴스를 내면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기자 출신인 이낙연 예비후보는 "제가 현직 기자라면 환영했을 것"이라며 "언론계가 자기 개혁을 좀 더 했더라면 여기까지는 안 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세균·추미애·김두관 예비후보도 찬성한다. 박용진 예비후보도 손해액 산정 기준과 허위 조작 보도나 악의적 보도의 구체적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기본 입장은 찬성이다.

개정안은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위헌적 독소 조항으로 가득하다. 개정안은 허위·조작 보도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허위·조작' 여부를 무슨 기준으로 판정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취재한 사실을 해석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언론사의 재량인데 이를 무조건 허위·조작이라고 공격할 수 있으며, 언론의 취재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언론 단체는 물론 정부 내에서조차 "전례가 없다"거나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 문체위 전문위원들도 "징벌적 손해배상은 이중 처벌"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에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미 "해외 주요국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입법 사례는 찾지 못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개정안은 언론 자유를 제도적으로 침해하는 악법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이런 법은 없었다. 그럼에도 여권 대선주자들이 찬성한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 가치의 하나인 언론 자유를 부정한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이런 반민주적 인식을 가진 인사들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한다. 정권을 바꿔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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