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 손원호 지음 / 부·키 펴냄
셰헤라자드의 이야기에 이끌려 1001일 동안 그녀를 살려둔 페르시아 왕 샤리아가 등장하는 '천일야화'의 선입견이 있는 우리에게 현재의 아랍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매캐한 폭탄 연기? 처참한 전쟁 현장? 온몸을 천으로 가린 여인네들?
하지만 아랍에 대한 오해와 현대의 비극을 걷어내면 아랍은 '신묘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책은 우연히 이집트에서 교환학생으로 6개월을 보내고 아랍의 매력에 푹 빠진 저자가 2003년부터 2021년까지 18년간 이집트, 예멘,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까지 5개국 사막의 나라를 둘러보며 그가 만난 아랍인에 대한 이야기이자 아랍인을 만들어낸 역사, 문화, 사회에 대한 견문록이다.
"식사가 끝나고 나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 선생님께 한마디 했다. '선생님 사모님께 음식 잘 먹었다고 전해주세요' 그러자 이스마엘 선생님은 정색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는 나에게 말했다. '식사에 대한 감사의 인사는 나에게 하면 되는 거야. 내 처에 관한 이야기나 이름조차 네 입으로 직접 말할 필요는 없어.' 나는 당황했다."(본문 78쪽)
같은 이슬람 국가라 할지라도 문화는 제각각이다. 여성문제만 하더라도 이집트 여성은 '히잡'을 쓰고 평상복을 입지만, 예멘 여성은 눈을 제외한 얼굴전체를 검은 천으로 가리는 '니캅'을 입고, 이보다 더 심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니캅이나 목에서 발끝까지 모두 가리는 '아바야'를 입어야 한다. 또 이란은 아랍이 아니고 쿠르드족은 아랍인과 인종과 언어가 다르고 자신들을 아랍인이라고 생각도 않는다.
찬찬히 읽어가다 보면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직접 겪은 아랍인 에피소드마다 거쳐 간 사막도시의 역사문화 이야기가 '천일야화'처럼 펼쳐진다는 것에 있다. 이런 이유로 책의 끝부분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 폭탄연기 자욱한 낯선 아랍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는 역사적 깊이로 인해 신비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35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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