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4→70개월' 재개발 사업기간 늘린 대구 서구청

주민 현금청산 보상 감소 우려…숫자정정 등 경미한 사항은 총회 거치지 않아도 돼
"시행 기간 만료 후 늑장 변경, 총회 의결도 없이 허술 행정"
"2018년 공시지가 기준 적용, 완공 늦춰진 만큼 달리 해야"

대구 서구 평리동재정비촉진지구.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서구 평리동재정비촉진지구.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서구 평리동 재개발 과정에서 구청의 '허술한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정비사업 시행기간이 지난 상황에서 사업을 뒤늦게 연장하면서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서구청은 지난 5월 평리5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평리5구역 재개발사업)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인가해 정비사업 시행기간을 기존 44개월에서 70개월로 늘렸다.

문제는 사업시행기간이 끝난 뒤 사업시행계획이 변경됐다는 점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포함한 사업시행계획인가는 사업시행기간 이내에 하도록 돼 있다. 해당 사업이 처음 시행된 것은 2017년 6월 7일로, 기존 시행기간인 44개월을 적용할 경우 사업은 지난 2월 6일 시행기간이 만료됐다.

하지만 5월 중 조합 측이 뒤늦게 기존에 고시된 사업시행기간이 종료됐음을 알고 사업시행계획변경을 신청했고 지난 5월 31일 구청이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내줘 사업시행인가일이 70개월로 늘어난 것이다. 조합 측은 "총회에서 이미 70개월로 의결된 사항이고 서구청에 총회 책자를 제출할 때도 동일하게 기입했는데, 설계에서 서류 접수 당시 70개월로 잘못 기입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청은 총회를 거치지 않는 등의 절차상 문제가 있음에도 지난 5월 사업시행계획변경을 인가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전 미리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 44개월에서 70개월로 시행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 총회 개최가 필요하단 말이다. 구청은 이런 절차적 과정을 생략한 셈이다.

일부에서는 변경 허용시 보상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 사업기간이 늘었음에도 사업 초기였던 2018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완공 시점이 늦춰진 만큼 그에 맞게 시점을 달리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평리5구역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 씨는 "구청의 사업시행계획 변경 목적이 청구인들의 수용재결을 수용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며 "현재 영업권에 대한 수용재결만 남은 상황에서 사업시행계획변경안이 취소되지 않는다면 조합은 수용재결 이후 강제집행을 할 것이고 우리는 2018년 기준 공시지가로 보상을 받게 될 것인데 인근에서 이 돈으로 비슷한 규모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구청은 절차상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신청서 작성시 사업시행기간을 44개월에서 70개월로 실수로 잘못 기재했을 뿐, 총회에서 결정 난 사항이라 문제가 없다. 숫자 정정은 경미한 사항에 해당되어 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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