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가 무척 덥다. 코로나19도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여름은 견딜 만한 것이 아닐까. 미얀마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올해 2월 쿠테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그 부당성에 저항하는 국민을 1천 명 가까이 학살하였다. 또한 코로나19의 무차별 확산은 확진자 30만 명, 사망자 1만 명을 넘어서게 하였다. 이 와중에서도 군사 쿠테타 주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권력을 빼앗은 지 6개월 만인 지난 8월 1일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스스로 총리에 취임하여 2023년 8월까지 국가비상사태를 유지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였다. 권력에 취해 야차로 변한 악랄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인간의 자유와 민주화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자유가 아니면 죽는 게 낫습니다'라는 페트릭 헨리의 절규가 여실히 와닿는 순간이다. 1988년 8월 8일(8888민주화운동) 미얀마 국민은 저항을 통하여 군사통치를 끝내는 기쁨을 맛보았고, 그 이후로 자유 민주주의를 주도하는 아웅산 수치 중심의 정부를 지지해 왔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지분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한 군부는 총선 부정이라는 터무니없는 트집을 잡아 아웅산 수치를 감금하고, 정당한 국민 저항을 폭력으로 제압하고 있다. 문제는 군부의 막무가내 탄압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얀마 국민 처지에서 생각해 보자. 군부 쿠데타 이후 폭력적 탄압으로 인해 가족의 생명이 위태로워지고,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질적 소수자 집단으로 구성된 사회는 사분오열돼 가고 있고, 코로나19는 연일 확산하여 수개월 내로 국민의 절반이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백신은커녕 기초적인 의료 장비조차 제대로 반입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일컬어 '엎친 데 덮친다' '설상가상'이라고 하는가 보다.
그러나 희망의 줄을 결코 놓아서는 안 된다. 희망의 한끝은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다수 국민의 의지 표명과 행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얀마의 대학생(MZ세대), 교사, 의사, 전문직들의 집단적 저항운동은 미얀마의 미래를 밝히는 초석이 되고 있다. 희망의 다른 한끝은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과 유엔의 국제사회적 압박과 지원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려운 점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공산주의 국가들은 미얀마 군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거부하고 기회주의적 독자 행보를 하고 있다.
여기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국제적 지원과 관련해 특기할 만한 노력이 대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지난 2월 쿠데타 발발 이후 대구에서는 지역사회 민권 인사들이 모여서 미얀마 민주화 지원 행사, 모금, 시위, 세미나, 미얀마 유학생 장학금 지급 등을 해 오고 있다. 한국전쟁 시절 우리를 지원해 준 미얀마 국민에게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되살려 보답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아쉬운 점은 미얀마를 도울 수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 방법론 개발이 미흡하며, 다양한 형태의 지원, 참여, 지원의 투명성, 효과적 활용을 위한 창구의 조직화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잘 보완하여 '멀어도 가야 할 길: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우리 대구 지역이 선진적 모범을 보여 주길 기대해 본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