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직도 비싼 요금 내시나요?…MZ세대 중심 '알뜰폰 인기'

연내 알뜰폰 가입자 1천만명 넘길 듯…이통3사 중심 5G 가입자 증가세마저 둔화
합리적 소비, 간편한 것 좋아하는 MZ세대가 선호…이통3사 자회사 발 "출혈경쟁" 우려도

알뜰폰 사업자
알뜰폰 사업자

대구의 직장인 김찬우(33) 씨는 지난달 중고 아이폰을 싸게 산 뒤 SK세븐모바일의 월 7천700원짜리 알뜰요금제에 가입했다. 매월 전화통화 2천 분(33시간), 문자메시지(SMS) 2천 건과 LTE 데이터 2GB를 제공하는 요금제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비대면으로 가입신청해 유심칩만 배송받고서 곧장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SK텔레콤 8만9천원 요금제를 썼으나 업무 여건 상 데이터 통신보다는 와이파이를 이용할 일이 많고, 지인들과도 전화보다는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사용해 주로 소통하다 보니 전화통화도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요금제를 바꾸면서 월 8만원 이상 아끼게 된 셈이다.

앞서 김 씨는 가까운 지인 소개로 알뜰요금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지인 역시 타사의 2만원대, LTE 데이터 제공량이 월 15GB인 알뜰요금제를 1년가량 썼다. 기존 쓰던 LG유플러스 요금제보다 월 3만원가량 절감하고 있다.

김 씨는 "과거와 달리 요즘엔 데이터 제공량만 넉넉하면 메신저, 보이스톡 등으로 사적, 업무 연락을 할 수 있다 보니 대기업 이동통신 3사 요금제를 쓸 때보다 통신비를 훨씬 덜 들일 수 있어 좋다. 기존 통신사들이 제공하던 멤버십 할인 혜택도 많이 줄어 필요없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 강세에 '알뜰폰' 시장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데다, 대기업 이통3사 못지 않은 뛰어난 품질을 제공하면서도 통신비는 훨씬 저렴해서다.

알뜰폰은 비대면과 정보통신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특히 선호되면서 연내 1천만 가입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 900만명 돌파, 연내 1천만 넘길 듯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를 보면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알뜰폰 가입자 수는 6월 말 기준으로 972만4천790명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14만4천348명 늘어난 것으로, 1년 전보다는 무려 238만5천626명 증가한 수치다.

알뜰폰은 기존 이통 3사 가입자를 대거 흡수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 업계는 번호이동 시장에서 이통3사 가입자 5만9천5명을 가져왔다. 전월보다 6.7%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2만5천632명, KT는 1만9천587명, LG유플러스는 1만3천785명 가입자를 각각 빼앗긴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중 알뜰폰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0.5%에서 13.6%로 확대됐다. 이런 추세라면 연내 가입자 1천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알뜰폰 사업자. 연합뉴스
알뜰폰 사업자. 연합뉴스

이런 영향에 기존 이동통신 3사를 중심으로 한 5G 가입자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6월 기준 통신사별 5G 가입자는 SK텔레콤 769만5천679명, KT 501만1천558명, LG유플러스 372만2천28명 등이다. 알뜰폰 사업자(MVNO)를 통한 5G 가입자 수는 3만6천203명이다.

5G 가입자는 지난 2월 79만2천118명, 3월에는 81만3천970명 늘어나는 등 한동안 월 80만명 안팎으로 가입자가 순증했다. 그러나 지난 4월 가입자 증가 폭이 67만1천266명으로 크게 꺾이더니 5월(69만4천194명)에 이어 6월까지 3개월째 60만명대 순증으로 줄었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알뜰폰 진흥 정책에 맞춰 알뜰폰 사업자들이 앞다퉈 '가성비'를 앞세운 대용량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은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10대와 20대 젊은 층 가입자가 급증했다. 이들 연령층 가입자 비율은 4년 전만 해도 12%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이후 20%대로 올라섰다.

◆자급제+알뜰폰이면 통신비 수십만원 아껴

알뜰폰 인기는 '높은 경제성'에서 나온다. 대형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 쓰므로 통신 품질은 동일한데, 요금은 이통 3사의 동급 요금제 대비 30~50% 이상 저렴하다.

게다가 약정을 걸지 않아도 되므로 요금제 가입과 해지가 자유롭고 위약금 걱정도 없다.

자급제 폰에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하는 조합이 특히 인기다.

한 예로 출고가가 99만원대인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1'을 온라인 최저가 80만원에 구입하면 19만원을 아낄 수 있다.

여기다 기존 통신사의 7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한다면 24개월 약정 기준으로 요금할인을 받아 5만원대 후반 통신비를 내야 하지만, 동급의 알뜰폰 요금제를 4만원 안팎에 구입하면 2년 간 월 2만원씩 모두 48만원가량을 아낀다.

단말기 비용 절감까지 더하면 약 70만원을 아끼는 셈이다.

다만, 대형 이동통신사보다는 멤버십 혜택이 적고, 업체에 따라서는 규모가 작은 탓에 고객센터를 통해 가입 절차를 밟거나 서비스 문의 상담을 요청할 때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업계는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고자 최근 '비대면 셀프 개통'을 지원, 복잡하고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MZ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셀프 개통은 고객이 직접 온라인을 통해 유심을 개통하는 서비스를 이른다. 대리점에 방문하거나 전화상담을 기다려야 했던 과거와 달리 5분 이내에 개통할 수 있다.

그 절차도 상당히 간소화됐다. 본인 명의 신용카드나 범용 공인인증서가 없이도 '네이버 인증' 등 사설 본인인증 수단을 활용해 개통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 ICT 규제 샌드박스 '비대면 이동통신 가입 서비스에 대한 임시 허가'가 승인된 영향이다.

간편한 개통 절차 덕분에 알뜰폰 셀프 개통족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헬로모바일에 따르면 지난달 셀프 개통을 이용한 비중이 4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기준 KT엠모바일에서 셀프 개통을 이용한 누적 가입자도 35만명을 넘겼다.

이동통신 3사. 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 연합뉴스

◆이통3사 자회사가 시장 주도…'출혈경쟁 과도' 우려도

다만, 이런 알뜰폰 시장을 선도하는 것 역시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라는 것은 한계로 지목된다.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자 출범한 알뜰폰의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높다.

이통3사 자회사인 SK세븐모바일, KT엠모바일, U+알뜰모바일 등은 최대 150GB의 데이터를 추가 제공하는 등 장기간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다. 모회사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쟁 통신사 뿐만 아니라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가입자 유치 능력까지 위협하는 모양새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 사업자는 사은품을 뿌리는 이통사 자회사를 상대로 기존 가입자를 뺏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알뜰폰 시장에선 약정으로 고객을 묶어놓지 않다 보니 이런 구조가 오히려 고객 이탈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알뜰폰 시장 사업 경쟁력 악화 내지 과도한 출혈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에 대해 이통사 자회사들은 단지 사은품이나 혜택 공세로만 가입자를 끌어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자회사들 경우 중소 사업자보다 더 많은 서비스 투자를 하고 있고, 편의점 등 가까운 유통업체에서 유심칩을 판매해 고객 접근성을 높였으며, 브랜드 신뢰도 역시 고객들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 자회사와 경쟁하고자 일부 중소 사업자가 망 도매대가보다 더 싼 요금제를 내놓으면서까지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잠시 소비자 혜택이 커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사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