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5℃ 오르내리는 가마솥 더위…사람도 가축도 "힘들다, 힘들어"

경북지역 곳곳서 피해 잇따라…농가 물 뿌리고 송풍기 틀어도 67곳서 2만여마리 집단 폐사
암소들 출산하다 탈진하기도…영양서 도로공사 40대 열결련
안동 온열질환 신고 20건 달해…폭염 취약 고령층 많아 피해 커

계속되는 폭염으로 안동지역에 온열질환자 발생이 잇따르고, 가축들이 폐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안동지역 한 양계장이 폭염을 식히기 위해 대형 선풍기를 가동하는 모습. 안동시 제공
계속되는 폭염으로 안동지역에 온열질환자 발생이 잇따르고, 가축들이 폐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안동지역 한 양계장이 폭염을 식히기 위해 대형 선풍기를 가동하는 모습. 안동시 제공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찜통 더위로 가축 집단폐사가 잇따르고 온열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5일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대구·경북지역 폭염일수는 7.7일으로 평년 (6.21일)보다 1.49일 많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폭염일수가 0.1일에 불과했다. 또한 평균기온과 최고기온도 지난해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폭염이 이어지면서 기상청은 농가 피해와 온열질환자 발생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경북에서는 이와 관련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축산농가, 집단 폐사에 '속수무책'

지난달 30일 예천 한 양계장에서는 닭 1천3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예천군과 해당 양계장주는 폐사를 막기 위해 계사에 물을 뿌리고 면역강화용 사료를 먹이는 등 대책에 나섰지만, 사흘 간 총 700여 마리가 추가로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안동시 일직면 한 양돈 농가에서는 올해 폭염으로 벌써 돼지 60여 마리가 폐사했다. 이 농가에서는 대형 제빙기로 얼음을 만들어 하루 700㎏ 가량을 오전·오후에 걸쳐 사료에 넣어주고 축사의 내부 온도 상승을 막고자 하루에도 수십번씩 지붕에 물을 뿌리고 있다.

농장주 권기택 씨는 "돼지는 땀구멍이 없어 더위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새끼를 뱄거나 출산한 어미 돼지가 가장 걱정"이라며 "밤새도록 관리하느라 직원들이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다"고 말했다.

5일 경북 안동지역 한 한우사육 농가에서 소들이 폭염을 피해 선풍기 밑에 몰려있는 모습. 해당 농가주는
5일 경북 안동지역 한 한우사육 농가에서 소들이 폭염을 피해 선풍기 밑에 몰려있는 모습. 해당 농가주는 "24시간 냉풍기를 돌리지만 날씨에 더위에 소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

한우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과체중 탓에 소가 잘 서지 못하고 바닥에 퍼져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암소들은 송아지를 출산하다가 폭염에 탈진하는 일이 빈번하다.

김민성 (사)전국한우협회 안동시지부 사무국장은 "축사마다 더위를 대비하기 위해 24시간 송풍기를 가동하고 있고 얼음을 주거나 찬물을 뿌리지만, 올해같은 폭염에는 가축과 사람 모두 너무 힘들다"고 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올들어 4일 현재 경북에서는 총 67개 농가에서 돼지, 닭 등 2만1천742마리가 폭염에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지자체들도 비상이다. 지속되는 폭염 속에 축산 농가의 피해를 줄이고자 축사 송풍기와 안개분무시설 설치 지원, 가금류 열사병 예방약 지원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박성수 안동시 부시장은 "폭염으로 인한 폐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습도 조절과 적정 사육두수 준수 등을 잘 지켜야 한다"며 "안동시도 전담 대응반을 통해 수시로 현장을 돌아보고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무더운 폭염 탓에 온열진환자가 늘어나자 박성수 안동부시장이 부서 관계자와 함께 지역 내 경로당을 방문하며 현장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지난해보다 무더운 폭염 탓에 온열진환자가 늘어나자 박성수 안동부시장이 부서 관계자와 함께 지역 내 경로당을 방문하며 현장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고령인구 많은 경북 북부권, 온열진환자 속출

연일 폭염에 고령인구가 많은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온열진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청송에서는 밭일에 나섰던 A(65) 씨가 갑작스런 현기증으로 쓰러져 현재 안동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1일에는 영양에서 도로공사에 나섰던 B(48) 씨가 작업 도중 힘이 빠지고 어지러움과 구토증상, 열경련을 호소해 안동지역 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상주에서도 농사를 짓는 C(83) 씨가 밭에서 일하다 쓰러져 있는 것을 요양보호사가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 후 치료 중이다.

올들어 안동에서는 온열질환자로 신고된 사례는 지금까지 20여 건에 달하고 예천에서는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고온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폭염 속 건설현장 노동과 영농 활동 등의 바깥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김진환 안동시보건소장는 "노약자나 만성질환자, 야외작업자 등은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노부모만 거주하는 경우 자녀들의 주기적인 안부 전화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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