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청주 간첩단’, 문 정권은 무관할까

북한의 지령을 받고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시위를 한 청주 지역 노동단체 출신 4인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은 북한이 조종하는 '남한 토착 간첩'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침투해 암약하고 있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그 규모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커졌을 것이다.

이는 과거처럼 '레드 컴플렉스' 즉 '빨갱이 혐오'가 빚은 피해망상이 아니다. 역대 정부의 간첩 검거 실적이 뒷받침해주는 합리적 추론이다. 간첩 검거 실적은 노무현 정부 19명, 이명박 정부 23명, 박근혜 정부 9명인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총 4건에 불과하다. 그것도 모두 문 정부 출범 이전에 적발됐거나 내사가 시작된 사건이라고 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라"고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박 원장의 '성향'으로 보아 이번 사건을 비밀리에 처리하려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남북 통신연락선 복구로 문재인 정권이 임기 말 '남북대화 쇼'를 노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문 정부 출범 전에 내사가 시작돼 이미 명확한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이란 게 대공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번 사건은 '토착 간첩'이 정권 핵심부까지 접근을 시도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해 온 일당 4명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대위 특보단으로 활동했고 전현직 노동단체 간부들과 함께 문 후보 지지 기자회견까지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을 만나 통일운동 제안도 했다.

이런 사실은 이들이 어떤 경위로 특보단에 들어갔는지, 특보단으로 활동하면서 문재인 캠프 내 어떤 인사와 접촉했는지, 접촉했다면 그들과는 언제부터 어떤 관계였고 그런 관계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과 같거나 비슷한 수법으로 문 정권 중심부에 접근하려 했던 개인 또는 조직은 더 없는지, 그리고 접근에 성공해 과거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비서가 된 동독 간첩처럼 문 정권 내에 안착한 간첩 활동 혐의자는 과연 없는 것인지도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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