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만학도에겐 목숨을 건 도전

이성칠 행정학 박사(전 구미시 행정안전국장)

이성칠 행정학 박사
이성칠 행정학 박사

경북 구미는 1960, 70년대만 해도 보리 이삭을 주워 원두막에 가서 바꾸거나 멱 감다가 의기투합한 친구들과 서리해서 먹기도 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 때는 현재 ㈜코오롱 구미공장 부지에 편입된 과수원의 사과가 겨우 신맛이 들 때 불도저로 밀어 비닐 포대에 풋사과를 가득 따다가 실컷 먹어본 추억이 아득하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7개국뿐인 3050그룹에 가입하고 선진국에 진입한 요즈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안방 인기 프로그램인 세계 테마기행을 즐겨봐도 우리의 국력이 세계 최고의 부자 나라나 서유럽의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처럼 잘살 수 있게 된 원인은 너무나 힘든 보릿고개를 겪은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뼈저린 고통을 감내했기 때문이다.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정신과 애국 애족으로 튼튼한 외교와 국방을 다지면서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조국 근대화를 위한 피나는 연구와 개발, 수출 주도의 성장을 지속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훌륭한 조상들의 빛나는 얼을 오늘에 되살린 점이다. 특히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끊임없는 학구열이 단연 돋보였다고 할 것이다.

필자는 공직 생활 퇴직 이후 3학기 동안 지역의 2개 대학교에서 비대면(non-contact) 강의를 해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학기는 물론 2학기도 비대면 강의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Z세대(1996~2000년 초반) 대학생들에게는 다소 치명적일지 모르나 강의 중 나의 경험담을 반면교사로 삼아 종종 당부의 말을 해주었다. '어차피 세계뿐 아니라 가칭 SKY나 수도권의 어느 대학교든지 똑같은 상황에서 육상선수가 출발선에 정렬하듯이 차이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1980년대 유명했던 미국 드라마 '하버드대의 공부 벌레들'에서 캠퍼스 라이프를 들여다보면, 평소 우정도 다지고 각종 스터디그룹에 참여하고 취미, 체육, 봉사활동, 국제적인 인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에서 빠지지 않다 보니 나 홀로 공부하는 모습을 극히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시간만큼은 치열하다 못해 죽을 각오로 학습에 매진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하버드 경영대학원 문영미 교수의 저서 '디퍼런트'에서 말한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를 지향했기 때문 아닐까.

급격히 변화 발전하는 시대 상황과 글로벌 경쟁에 이겨낼 수 있도록 양질의 도서를 읽고 강의 수준도 향상되도록 노력해야겠다.

필자는 47세에 박사학위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때 교수님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다. '마흔이 넘은 만학도로서 박사 과정은 목숨을 건 도전입니다!'라고. 아니나 다를까? 퇴근 후 계속되는 원서와의 전쟁은 우측 눈의 흰자위를 찢어지게 했고, 이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안과의의 진단을 받았지만 훈장처럼 그 상태로 지냈다.

2015년 8월, 7년 만에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는 스스로 글을 쓸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종강 때면 어김없이 학생들에게 공자의 논어 학이 편을 되새겨 준다.

평생학습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대인관계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자기관리인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대학생들이 끊임없는 도전 의식을 가지고, 자신만의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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