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멋대로 그림읽기] 윤종주 작 'cherish the time-boundless'

150x25(x7)cm, ink,acrylic, medium on canvas, 2021년

윤종주 작 'cherish the time-boundless' 150x25(x7)cm, ink,acrylic, medium on canvas, 2021년

"내 그림과 관람자 사이에는 아무 것도 놓여서는 안 된다."

화면에 3차원적인 공간감이 주는 착시효과를 무시하고 캔버스를 2차원적 평면 그대로 보고 물감을 넓게 펴 발라 화면 전체를 색채로 뒤덮는 색면회화는 순수한 색과 면의 추상이 주는 새로운 효과를 추구하는 회화의 한 경향이다.

색면회화의 거장 마크 로스코의 말처럼 캔버스에 투명하게 스며든 색이 그대로 드러나게 하고, 색과 캔버스가 일체가 되는 그림은 오직 그림 그 자체와 이를 보는 관람자의 색감에 대한 소통만이 있을 뿐 어떤 잡념이나 사고가 끼어 들 틈이 없어 보인다. 단순한 게 가장 아름답다고 할까?

윤종주 작 'cherish the time-boundless'(시간을 머금다-무한한)는 블루 계열의 단순한 색면들이 모듈화되어 나란히 줄지어 있다.

7개의 모듈은 각각 떼어내거나 2, 3개씩 별도로 조합해도 역시 하나의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재미있는 건 나눠진 캔버스 틈 사이로 또 다른 빛과 색, 공간과 선이 연출된다. 단순히 보이던 화면이 볼수록 많은 자연스러운 색의 층들이 켜켜이 자리하고 있다.

보고 있자니 높고 푸른 하늘 같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바다 물색 같고, 또 어찌 보자니 신비롭고 매혹적인 남국의 바다 빛을 닮을 것 같다. 그림과 관객이 하나가 되는 순간, 관객의 모든 의식은 '블루'라는 블랙홀로 한없이 빨려 들어간다. 블루는 원래 미지의 아름다움, 순수와 숭고, 무한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즘에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단순한 모양과 색채 속에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실 윤종주의 색면작업은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 작가의 색 구현은 수많은 갈등과 고민, 절제와 욕망의 감정들을 색을 통해 표현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비로소 다다르게 된, 비움으로서 채우게 된 결과물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친 단순함, 다시 말해 마치 귀납적인 논리 끝에 다다른 명제처럼 윤종주의 단순함은 '색의 본질'로서의 기능만을 추출했고, 이를 캔버스에 오롯이 옮겨놓은 것이다. 바로 이 작업의 마침으로써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색채의 방대한 진동으로 가득한 그의 색면회화는 마치 자연의 장엄함을 체험했을 때와 유사한 감동을 주게 되는 것이다. 색면회화가 '순수한 시각의 예술'이라는 점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진정한 회화는 양심의 문제이며, 진정한 예술가는 진실로부터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 있다.

회화의 가치, 예술가의 진심, 예술의 존재이유를 알고 싶다면 색면회화를 깊이 감상해 볼 필요가 있다. 각각의 색이 어떤 진동을 통해 관람자에게 어떤 메시지 혹은 감동을 주는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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