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이 끝났다. 올림픽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함께 응원해야 제맛이고, 치맥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인데 코로나로 5년을 기다려 무관중으로 진행된 올림픽은 우울했다. 우리나라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19위 이후 반세기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2000년 시드니(12위)를 제외하고 모두 10위 안에 들었는데 이번에는 금메달 6개 등 20개의 메달로 종합 16위의 성적에 그쳤다. 중국과 일본의 선전은 우리를 더욱 초라하게 한다. 중국은 종합순위 2위로 마감했지만, 전날까지 미국보다 금메달이 2개 많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은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역대 최다 금메달을 획득하며 3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획득한 종목은 양궁을 제외하고 남자 도마와 남자 펜싱 사브르팀이 전부이다. 전통 효자종목인 유도, 레슬링과 같은 격투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고 태권도에서의 부진은 종주국의 체면을 떨어뜨렸다. 축구와 야구의 결과도 기대를 모았던만큼 실망도 크다.
축구대표팀은 멕시코와 8강전을 치뤘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으면 전국 각지에서 길거리 응원전이 열렸을 것이다. 당초 메달을 목표로 했지만 3대6. 예상치 못한 대패를 당했다. 야구대표팀은 금메달을 목표로 했지만 준결승전에서 일본과 맞붙어 2대5로 패배하였고, 도미니카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조차 패배하면서 참가 6개팀 중 4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올림픽 직전 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이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호텔 숙소에서 음주를 했던 파문의 기억까지 소환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축구를 좋아한다. 군대 갔다온 남자들은 모두가 선수요 해설자다. 밥 먹고 공만 차면서 저것밖에 못하냐, 내가 차도 니들보다 낫겠다며 목청을 높인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정말 축구를 좋아할까? K리그 경기를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관중은 해마다 감소하고 어느팀이 1위인지, 최다골 선수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매니아층 일부뿐이다. 우리는 손흥민 같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수퍼스타와 국가대표 A매치 그것도 이기는 경기에만 열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본야구는 우리보다 역사가 수십년 앞선다. 등록된 고교야구팀이 우리는 80개인데 일본은 3천600개가 넘는다. 전국고교야구 갑자원대회 본선진출만으로도 최고의 영예로 알고, 본선 전경기는 NHK에 중계된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고교야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사라져가는 우리와 대조적이다. 봉황기·청룡기·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본리그에서 활약하다 전성기가 지난 40대 백인천은 MBC청룡의 감독겸 선수로 4할 타율을 기록했고, 이후 지금까지 4할대 타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한일간의 야구격차는 크다.
야구의 역사와 기초토양이 이처럼 부족하고 일본과의 격차가 심하게 나는데도 우리 국민들은 숙명적으로 한일전은 당연히 이겨야 하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비난의 십자포를 퍼붓는다.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스포츠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선수들의 자성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 국민들도 결과에 대한 냉소와 비난 대신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4차 대유행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고 접종율을 높이고 있음에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온 국민이 지쳐있는 위기상황이다. 국민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국가대표선수이다. 국민 모두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자. 양궁 김제덕 선수의 우렁찬 포효를 다시 듣고 싶다. "코리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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