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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정보의 바다에서 선택하기

노혜진 오오극장 홍보팀장
노혜진 오오극장 홍보팀장

도서 정기구독 서비스를 신청했다. 책을 읽어야겠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려니 시간은 왜 이리 안 나는지. 인터넷으로 둘러보아도 너무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책 소개만 읽다가 지치거나 항상 마지막 순간에 선택을 망설이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 구독 서비스를 알게 되었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매달 한 권의 책을 추천하여 가이드북과 함께 집으로 배송해준다는 것이다. 알아서 골라준다니, 게다가 배송까지 해준다니 이렇게 편한 서비스가 다 있나 솔깃했다. 어떤 책이 도착할지 모르는 복불복이지만 속는 셈치고 한번 신청해 보았다. 다행히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는 추천 도서들이 마음에 들고 과연 어떤 책이 올까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재미도 있어 좋은 선택을 했노라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구독이라고 하면 신문이나 잡지, 아니면 월정액 요금으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음원 사이트나 스트리밍 사이트 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도서 정기구독 서비스에 대해 찾다 보니 구독 서비스의 세계가 생각보다 넓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꽃, 그림, 화장품, 생활용품, 의류 등 품목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최근에는 고가의 차량을 골라 바꿔가면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구독 서비스의 성격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는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좋은 제품을 선정하여 추천해주는 일종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필요한 물건만 받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전문가가 나를 대신해서 시간을 들이고, 좋은 물건을 고르고, 집으로 보내준다. 실로 삶의 질이 높아질 만한 경험이다.

이런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는 특히나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평소 최저가를 찾아 헤매고 다른 사람들의 사용 후기도 다 읽어보는 성격이라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어떨 땐 너무 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지쳐 구매를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물건과 너무 많은 정보들이 넘실거리고 혼란한 정보의 바다 앞에서 우리는 어떤 것이 좋은 선택인지 항상 고민하게 된다. 이럴 때 등장한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는 선택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또 하나의 선택 사항이다.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해주고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은 확실하다. 전문가만이 접근 가능한 새로운 정보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엄선된 정보가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인지는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정보의 바다 속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많은 정보와 선택지를 마주하고 내가 직접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가 제공하는 적지만 좋은 선택지를 믿고 선택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내가 만족할 만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선택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한다는 점만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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