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씨가 "부정 식품이라도 없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튼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밀튼 프리드먼은 게리 베커와 함께 시카고학파를 이끈 사람이다. 시카고학파는 시장주의 경제학의 사도(使徒)다. 우파가 마르크스를 증오한다면 좌파는 밀튼 프리드먼을 혐오한다. 윤석열 씨 발언으로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가난한 사람은 싼값에 안 좋은 음식을 먹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늦은 저녁 빵가게에 가면 안 팔린 빵을 묶어서 판다. 맛이 없고 배탈이 날 수도 있지만 값이 싸서 나는 이 빵을 산다. 늦은 저녁 대형마트에 가면 안 팔린 김밥, 떡, 불고기를 판다. 맛이 없고 금방 상하지만 값이 싸서 나는 이 음식도 산다. 동네 정육점은 한우와 미국산 소고기를 판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는 주장이 있었다. 누구도 왜 미국산 소고기를 파느냐고 항의하지 않는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점은 한우로 만든 햄버거와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판다. 미국산 소고기는 청산가리보다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가난한 사람은 청산가리보다 위험한 햄버거를 먹어야 하느냐는 항의가 없다. 이 역시 값이 싸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은 많은 위험을 감수한다. 이것도 현실이다. 비행기 좌석에는 등급이 있다. 일등석, 이등석, 일반석. 일반석은 말장난이다. 일반석은 삼등석이다. 일반석을 이코노미 클래스라고 한다. 요금이 저렴한 좌석이라는 뜻이다. 일반석은 사고 시 사망 확률이 높다. 요금이 저렴하지만 위험도가 높은 좌석이 일반석이다. 대다수 승객은 이를 알고도 일반석에 앉는다. 소형차는 도로나 주차장을 덜 차지하고 공해를 덜 유발한다. 그래서 소형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깨어 있는 시민으로 간주된다. 깨어 있는 시민이 되려고 소형차를 운전하는가? 소형차는 사고 시 사망 확률이 높다. 많은 사람이 가난해서 가격이 저렴한 소형차를 운전한다. 이들은 의도치 않게 깨어 있는 시민이 된다.
만든 후 6시간 지난 빵은 폐기하는 규제를 시행하면 어떨까? 이 규제로 가난한 사람은 빵을 먹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오래된 빵을 먹는 것과 빵을 먹지 못하는 것 중 무엇이 나은가?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금지하면 어떨까? 가난한 사람은 비싼 한우를 살 수 없다. 미국산 소고기를 먹는 것이 소고기를 먹지 못하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승객 안전을 위해 비행기 일반석을 없애면 좌석 요금이 오른다. 가난한 사람이 비행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은 비행기를 타지 못하나?"라는 항의가 빗발칠 것이다. 소형차와 중대형차가 충돌하면 어느 쪽 피해가 클지 자명하다. 운전자 안전을 위해 소형차 판매를 금지할 수 있다. 이 경우 가난한 사람은 차를 사지 못한다. 위험한 소형차를 운전하는 것과 차를 사지 못하는 것 중 무엇이 나은가?
시장에는 값이 비싸지만 질이 좋거나 안전한 제품과 값이 싼 대신 질이 안 좋거나 위험한 제품이 있다. 가난한 사람은 후자를 소비한다. 가난한 사람이 안 좋은 제품, 위험한 제품을 소비하는 현실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국민을 지극히 사랑하는 정부가 이러한 제품을 소비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 경우 가난한 사람은 안 좋은 제품, 위험한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의 상황은 더 나빠진다. 내게 가장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정부는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다. 이상이 내가 이해한 밀튼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가 무엇인지 알지만 나는 모른다. 어쨌든 법은 정의를 추구한다. 경제는 효율성이 지배한다. 법률가인 윤석열 씨가 프리드먼을 언급하고, 경제학자인 유승민 씨가 윤석열 씨를 비판하는 현 상황이 흥미롭다. 우리 사회에는 잘사는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이 훨씬 많다. 그래서 선거에서는 정의를 내세우는 것이 유리하다. 자유를 말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다. 윤석열 씨가 계속해서 자유를 말할지 태세를 전환해서 정의를 내세울지 지켜보자.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