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베트남인 A 씨는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게 쉽지 않은데, 코로19 백신 접종을 이유로 근무를 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등록 이주노동자들은 경우 연차·반차를 쓸 수 있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쉬면 월급이 깎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불안정한 신분 탓에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5천 명으로 추정된다.
질병청은 최근 미등록 외국인의 경우 사전예약시스템을 통한 예약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 접종계획을 수립하고 8월 중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보건소에서 현장 등록과 임시번호를 발급 받은 뒤 접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접종 방식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근무 여건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불안정한 신분 탓에 사업주에게 근무 조정을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백신 신청, 접종을 담당하는 보건소 운영 시간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여서 근무시간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접종 신청과 접종을 위해 보건소를 여러 차례 방문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백신 접종을 꺼릴 가능성이 크다.
대구시와 8개 구·군 보건소에 직접 문의한 결과, 8월 접종이 예정돼 있음에도 질병관리청으로부터 관련 매뉴얼이 내려온 게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보통 질병청 가이드라인에 따르는데 접수를 현장에서 할 건지, 전화로 받을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이에 일부 보건소는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대신해 이주민단체에서 여권, 주소, 휴대폰 번호를 취합해 신청한 후 보건소에서 임시관리 번호를 받는 '대리 신청 방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수성구와 서구를 제외한 보건소는 현장 등록을 직접 한 경우에만 백신 예약이 가능해 혼선을 빚고 있다. 서구와 수성구 거주자를 제외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백신 접종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다.
김용철 민주노총 성서공단노동조합 상담소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면 현장 등록 이외의 대안이 필요하다"며 "이주노동자 국가 언어로 된 안내도 거의 없어서 어디서 맞을지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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