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 속은 괜찮다?…물놀이장‧수영장 샤워·탈의실 노마스크 어쩌나

최근 잇단 코로나 감염…레인 하나에 회원 다닥다닥
물 밖으로 고개 내밀고 대화…마스크 따로 보관할 곳 없고 젖으면 비말차단 안돼 위험
전문가 “마스크 거치대 비치 등 물 밖 마스크 착용 분위기 조성돼야”…강화된 방역 주문

9일 오전 대구 북구의 한 수영장에서 이용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모습. 임재환 기자
9일 오전 대구 북구의 한 수영장에서 이용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모습. 임재환 기자

9일 오전 10시쯤 대구 북구 한 실내수영장. 846㎡(약 256평) 남짓한 공간에는 30여 명의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물 속에서 착용할 수 있는 '아쿠아 마스크'를 쓴 한 사람 외에는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얘기를 나눴고, 샤워장과 수영장을 오갔다. 수영 강좌가 진행 중인 1개 레인에서는 회원 10여 명이 1m도 안 되는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대화를 했다. 수영장 이용자 A(72) 씨는 "수영장 물 밖으로 고개만 내밀고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집단감염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수영장과 물놀이장이 새로운 감염뇌관으로 떠올랐다. 탈의실과 샤워장 등 마스크를 벗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탓에 비말로 인한 감염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9일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수영장, 물놀이장 등 수중 체육시설에서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북구 소재 체육시설 A수영장에서는 지난 5일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뒤 종사자와 이용자 등의 감염이 잇따르며 14명이 확진됐고, 북구의 다른 수영시설에서도 지난 8일 이용자 2명이 확진됐다. 달서구의 물놀이장에서도 지난 6일부터 확진자가 3명 발생했다.

그간 물놀이 시설의 물은 소독된 물이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는 이유에서 물 안에서의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여겨졌다. 문제는 물 밖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n차 접촉자까지 모두 21명이 확진된 A수영장의 경우도 회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부대시설인 카페에서 감염이 이어졌다.

현행 방역지침에 따르면 수영장 이용 시 물 안에 있을 때에 한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시설 입장과 동시에 아예 마스크를 던져두는 등 방역이 해이해진 분위기다.

수영장과 물놀이 시설 구조상 마스크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로 마스크를 보관할 곳이 없다보니, 마스크가 물에 젖을 수 있다. 젖은 마스크는 비말차단 효과를 상실한다.

북구의 한 수영장 관리인은 "'물 밖에서 마스크를 써달라', '회원들 간 거리두기를 지켜달라'고 방송과 구두로 안내하지만 여전히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일일이 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수 영남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시설 내 관리자가 탈의실 공용물품에 대한 소독과 이용객들이 한곳에 모이면 분산시키는 일까지 함께해야 한다"며 "물 밖에서도 이용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게 마스크 거치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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