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진흥센터를 볼 때마다 묘한 감정에 빠져든다. 센터 앞 도로가 막히지 않아도, 주차장으로 변해 혼잡해도 이상한 생각은 변함없다. 조용하면 이렇게 잘 지은 육상 시설을 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인지 안타까움이 앞서고, 혼잡하면 육상 대신 배드민턴이나 탁구 대회를 하고 있다는 의문을 갖는다.
제 기능을 잃어버린 육상진흥센터가 코로나19 기승으로 중요한 역할 하나를 맡았다. 대구 수성구 백신예방접종센터로 활약하고 있다. 놀리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이겠지만, '2020 도쿄 올림픽'을 지켜보면서 손을 놓은 정부와 대구시의 체육 정책에 소름이 돋는다. 육상진흥센터는 앞서 대구FC 선수단의 숙소와 식당으로 사용된 적도 있다.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출발점인 기초 종목으로 올림픽의 메달밭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마라톤을 제외한 트랙과 필드에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이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한 게 대단한 성과로 여겨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구시가 정부 보증을 받아 개최한 대회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후 대구가 정부로부터 얻은 유일한 인프라 성과물이 육상진흥센터다.
하지만 정부 발뺌으로 대구시는 운영비를 지원받지 못하면서 육상진흥센터의 앞날을 어둡게 했고, 현실은 동네북 상태다. 실내에서도 트랙, 필드 종목 운동이 가능한 육상 전용 시설로 잘 지어지고, 보조 훈련장인 제2의 체육관까지 두고 있지만, 올림픽에 나설 육상 유망주 육성이란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먼 생활체육이나 종교 행사 시설, 의료센터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조 훈련장은 아예 시민생활스포츠센터로 불리고 있다.
대구시는 세계 최고의 육상 강국 미국조차 개최하지 않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며 한때 국제육상도시라는 명칭까지 얻었다. 대신 대구는 2014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유치를 포기했다.
대구시는 '돈 먹는 하마'가 된 육상진흥센터의 진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육상에 대한 파격적인 투자로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산실이 되도록 하든지, 아니면 생활체육 등 시설로 용도를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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