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바루 글 / 염명순 옮김 /여유당 / 2021년)

"떠나요, 지금 당장!
어디로? 어떻게?
어디든 가요. 단, 걸어서 가요."
여행이 주는 설렘을 느껴본 지가 까마득하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아침, 도시는 깨어나 바삐 움직인다. 학교로, 일터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여행을 간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큰 배낭을 챙기고 여행을 떠난다. "떠나야 해!"라고 외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만큼 완전한 사람은 없다. 자신의 삶과 생각의 형태를 스무 번은 바꾸었을 테니.'-알퐁스 드 라마르틴 동방여행voyage en Orient(1835)에서-"라는 말을 새기며 걷고 또 걸으면서 여행을 간다.
파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보낸 바루는 여행을 좋아하고 환경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다. 그래픽 디자인과 건축을 공부한 그는 광고회사에서 10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으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는 여행을 좋아하고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인권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작품 '언제나 환영해!'에 나오는 북극곰은 얼마 전의 자신들처럼 살 곳을 찾아 헤매고 있는 원숭이들을 향해 "여긴 안 돼!"라고 하지 않고 "언제나 환영해!"라고 말한다. 이 그림책에서도 여행과 환경이라는 주제를 결합하여 걷기 여행과 그 길에서 깨달은 삶을 들려준다.
여행 갈 때, 사람들은 저마다 챙기는 물건이 있다. 이 책 주인공은 어느 날 아침, 부엌 창가에서 바삐 움직이는 회색 도시를 바라보다 불현듯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곧바로 커다란 배낭에 테니스 라켓, 곰 대비용 총, 모기장, 밧줄, 지도, 긴 우산, 모기약 등을 챙겨 넣고 여행을 시작한다. 큰 배낭이 엄청 무거워 보이는데도 이 남자는 모자를 쓰고 카메라를 보며 웃으면서 걷는다. 오직 앞만 보고.
여행길에서 이 남자는 바람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곰을 만난다. 단순히 만나고 헤어지는 그런 만남은 아니다. 거기에 무엇이 있다. 그는 걷고 걸으며 자연과 사람들을 만나 배낭 속 물건들을 필요한 이에게 나누어주고, 버린다. 남자가 걸어서 만난 바람, 사람, 곰은 그를 가볍게 해주었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가뿐해진다. 동서남북으로 많이 걸어 다닌 그는, 잠시 멈춰 선다. 이제는 집으로 갈 때가 된 것이다.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을과 도시를 지나서 모든 게 그대로인 집으로 돌아온다. 그가 짊어지고 간 큰 배낭은 작은 가방이 되어 있었다. 작은 가방 안에는 선물이 있었다. 그 선물은 무엇일까. 이 책 속에서 그 선물을 찾을 수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에게, 여느 날과 다름없는 아침은 비로소 아름답게 시작된다. 다시 시작하는 삶이다. 왜 아름답게 시작된다는 것일까?
걸어서 서점에 가고, 책을 사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나를 위한 소소한 여행을 느릿느릿 즐기며 하늘을 바라본다. '그날 아침,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는 당신을 위한 여행이다. 이 책 속으로 여행은 한 번도 좋고 두 번도 좋다. 그날 아침의 여행이 당신을 가볍게 할 것은 틀림없다. 물질이든 감정이든 다른 것이든.
나진영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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