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북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야간조 일일 근무를 지원했다. 야간조는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9시간 근무한다. 에어컨 없이 장시간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고 장덕준 씨는 이곳에서 일한 뒤 자기 집 욕조에서 눈을 감았다.
◆무더운 선풍기 바람, 진열대 사이 바람 통로는 막혀
기자는 이날 주문 내역을 보고 상품을 집품하는 업무를 맡았다. 카트 위에 상자를 얹어 끌고 다니며 넓은 물류센터 내에서 물건을 찾아 담는 비교적 쉬운 업무이다.
하지만 교육이 끝난 후 홀로 30분 정도 집품 업무를 하자 숨이 턱 막히고 등줄기엔 땀이 흘렀다. 진열대 2~3줄마다 한 대꼴로 선풍기가 설치돼 있었고 진열대 바깥 공간에는 천장에 달린 실링팬이 있었지만, 내부 온도 자체가 높아 선풍기와 실링팬에서는 무더운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집품을 위해 진열대 안쪽으로만 들어가면 뜨거운 선풍기 바람조차 쐴 수 없었다. 진열대가 선반식 구조(다량의 물건을 수직으로 쌓음)로 돼 있어 통풍이 안되다보니 선풍기가 향하지 않는 공간은 그야말로 찜통이었다. 쉴 새 없이 땀이 흘러 티셔츠가 젖었다.

◆짧은 휴게시간, 냉방 쉼터는 너무 멀어
이날 9시간 근무시간 중 1시간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쿠팡은 1시간을 쪼개 업무 중간중간 40분은 식사 및 휴게시간, 20분은 휴게시간으로 줬다.
PDA 반납과 식사 등으로 25분 남짓 시간이 걸려 15분이 남았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거나, 핸드폰을 본다고 마음 먹는다면 쉬는 시간을 포기해야 했다. 내부 흡연과 실내 휴대폰 반입을 금지해 건물 외부에 따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물류센터가 워낙 커서 왕복 이동 시간만 10분이 걸렸다. 5분 정도 개인물품함에서 쉬자 그곳 관리자들은 근무를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동하느라 시간을 허비한 탓에 제대로 쉬지 못해 마지막 휴게시간 전까지 근무는 힘들기만 했다. 팔과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쉬는 시간 외엔 마땅히 쉴 수 없었다. 집품업무를 하던 몇몇 사람들은 스툴(진열대 위에 있는 물건을 꺼내기 위한 발판)에 잠깐 걸터앉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끼를 입은 관리자가 계속 감시하듯이 오가다보니 물건을 꺼내며 잠깐 걸터앉는 수준이었다. 조금 더 쉬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PDA에 '긴급' '신속 작업 요구' 창이 계속 떠 근무를 멈출 수 없었다.
20분간 휴게시간이 주어져 쉼터를 찾아갔다. 물류센터 6층 창가 쪽엔 2개 쉼터가 있었다. 하지만 한쪽 방에만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사람이 없는 방의 에어컨은 고장이었다. 좁은 방에 20명 남짓이 몰리다 보니 대부분 쪼그려 앉거나 일어서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20, 30대 청년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장 힘든 점으로 더위를 꼽았다.
보름 정도 일했다는 B씨는 "쉼터가 있지만, 인원보다 부족하고 거리가 있다 보니 쉼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자신이 근무하는 장소 인근에서 앉아서 쉬는 사람도 많다"며 "더위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밤낮이 바뀌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일주일에 2, 3일 정도 일한다. 한계에 도달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힘들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을 수도 없다. 대안이 없다는 현실이 더 서글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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