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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떼 언제 덮칠지 몰라" 불안한 경산 농가

닭 수십마리 잇단 피해…전기 유기동물 수 4년새 45% 늘어
별도 법령 없어 포획 어려움 호소

반려견이 늘어나면서 버려지는 유기견들도 늘어남에 따라 경산시 유기견보호소에는 연간 1천여마리를 구조 관리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반려견이 늘어나면서 버려지는 유기견들도 늘어남에 따라 경산시 유기견보호소에는 연간 1천여마리를 구조 관리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들이 무리 지어 떠돌아 다니면서 농가를 습격하거나 주민들을 위협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밤 경산 용성면 한 농가 닭장에 4마리 정도로 추정되는 속칭 '들개'(유기견이 야생화된 형태)들이 그물망을 뚫고 들어가 30여 마리의 닭을 물어 죽였다.

경산 하양읍 동서리 일대에서는 3, 4개월 전부터 20여 마리의 들개들이 떼로 출몰해 주민들을 위협해왔다. 경산소방서 하양119안전센터는 지난 8일 주민 신고를 받고 이들 중 11마리를 포획해 경산시 유기견보호소에 넘겼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경산 압량읍 한 농가에도 들개 3, 4마리 정도가 닭장에 침입해 사육 중이던 닭 70여 마리를 물어 죽인 뒤 사라졌다.

경산소방서 하양119안전센터가 지난달 8일 경산시 하양읍 동서리에서 포획한 유기견들. 경산소방서 제공
경산소방서 하양119안전센터가 지난달 8일 경산시 하양읍 동서리에서 포획한 유기견들. 경산소방서 제공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유기동물 수는 2016년 8만9천732마리에서 2020년 13만401마리로 4년새 45% 이상 늘었다. 경북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9천807마리의 동물이 유기 및 유실됐다.

경산에선 경산시 유기동물보호소가 매년 1천여 마리 정도의 유실·유기견을 구조하고 있다. 올해도 7월 말 기준 513마리의 유기견을 구조됐으며 이들 중 '들개'들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들 들개에 대한 별도 법령이 없이 단순히 유기견으로 취급돼 보호되다보니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경산시 관계자는 "야생 유기견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지 않아 총기류를 이용한 포획이 불가능하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포획틀을 이용하는 등 안전한 방법으로 구조·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포획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저조한 반려동물 등록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과 함께 들개에 대한 중성화 수술 등을 통해 개체수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체 반려동물(860만 마리) 중 지자체에 등록된 반려동물은 약 232만 마리로 등록률은 27%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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