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한 시간 도서관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지난주 토요일(7일) 대구 수성구립 범어도서관. 발열 검사, 손 소독, QR 코드(출입자 확인용) 체크를 마치고 출입문을 통과하려는데, 직원이 손등에 '발열 체크 확인 스티커'를 붙여주며 "도서관 내 밀집 예방 차원에서 1시간만 이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티커에는 입장 시각이 적혀 있었다.

직원에게 "1시간 이내 이용 요청을 시민들이 따르느냐"고 물었더니 "90% 이상이 1시간 안에 도서관에서 나간다"고 답했다. "1시간 안에 안 나가면 어쩌느냐?"고 했더니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협력하자는 것인데, 안 지켜도 도리 없다. 하지만 대부분 1시간 안에 나가고, 초과해도 10, 20분이다"고 했다.

지난주 대구 수성구에서 체육시설과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졌다. 수성구 외 거주 시민들 사이에서는 '수성구 방문 금지' 기류까지 나타날 정도였다. "잠시 도서관 문을 닫는 게 낫지 않나?"고 했더니 범어도서관 측은 "방역 당국의 지침이 오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 하지만 확진자가 늘었다고 덜컥 도서관 문을 닫으면 불편도 불편이지만 '불안'을 가중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에 밀리고 있다는 두려움과 무력감을 시민들에게 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 전국 대부분 도서관들이 폐쇄 또는 시민들이 빌리고 싶은 책을 '워크 스루' 방식으로 받아가는 방식을 취했다. 범어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방식으로는 도서관의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자료실에 들러 이 책, 저 책을 몇 쪽씩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빌려 가는 것이 도서관의 장점이고 매력인데, '워크 스루' 방식은 도서관이 아니라 '온라인 서점' 같은 느낌이었다.

한 시간씩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은 교통 신호를 지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신호등 덕분에 그 많은 자동차가 엉키지 않고 물처럼 빠져나가듯 한 시간씩 도서관을 이용하니 도서관 내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현대인에게 도서관은 '생활필수품' 같은 문화시설이다. 방역 역시 이제 생활 규범이 됐다. 위기 속에서도 '도서관의 매력'과 '방역'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 도서관인들,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며 협력하는 대구 시민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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