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미술관에는 지난 4월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총 2만3천181점 외 대구미술관에 별도로 기증된 미술품 21점과 대구미술관 소장 및 대여 작품 등 40여 점이 전시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웰컴 홈: 향연(饗宴)' 진행되고 있다. 앞서 '국립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를 위한 범시민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증작 모두를 통합적으로 소장·관리하는 미술관을 서울 시내에 건립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서울을 제외한 30여 개 지역의 반발에도 문체부는 기증품의 활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운영방안을 밝혔다. 이는 대규모 국립박물관·미술관 인프라는 서울에만 집중하겠다는 서울 중심주의 문화정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어수선한 가운데 지난 6월 29일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웰컴 홈: 향연(饗宴)'전이 개막한 지 한 달 만에 관람객 2만 명을 돌파했고, 미술 애호가로 유명한 방탄소년단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관람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한국 추상 거장 유영국의 1970년대 '산' 연작 앞에서 찍은 인증 사진을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에 올리며 RM의 미술관 투어 복장(벙거지·반팔·반바지)을 따라 하는 관람객들의 인증 사진도 SNS를 타고 빠르게 전파되며 삼성가의 미술품 기증이 주는 의미에 부응하고 있다.
온 국민을 열광케 하는 이른바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약칭 '이건희 기념관')이 꼭 서울에 건립돼야 하느냐는 서울과 지방 간 시각적 차이 때문에 좀처럼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일본 예술의 섬 나오시마 사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지역 미술관을 통한 문화예술정책의 성공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오카야마 나기 현대미술관(Nagi MOCA)을 꼽을 수 있다. 일본 혼슈 서부에 위치한 오카야마현은 남부 해안의 교통의 요지이며 도쿄와 규슈를 잇는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인구는 대구와 비슷한 200만 명으로 주변 관광지와 함께 미술관 관람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도시이다. 오카야마현을 대표하는 나기 현대미술관은 구라시키의 오하라미술관과 함께 오카야마를 대표하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이소자키 아라타(Arata lsozaki)를 중심으로 4명의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만들어 1994년 개관한 미술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 역시 기증자의 뜻과 취지를 살려 지역특화 문화 콘텐츠와 함께 융·복합성에 기초한 창의적인 미술관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대구에 건립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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