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산문화회관 기획전 최수환-Walk in Emptiness

최수환 작
최수환 작

2021기억공작소Ⅲ 최수환전-Walk in Emptiness가 열리고 있는 대구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 작은 전시실에 들어서니 마치 흑백사진을 닮은 듯한 작품 서너 점이 걸려있다. 화면은 숲의 전경을 묘사하고 있는 데 작품의 뒷면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호기심에 작품 가까이 다가가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림의 형태들은 모두 수많은 크고 작은 구멍들로 이루어졌고, 그 구멍을 통해 빛이 나오면서 전체 화면이 나의 시각으로 쏟아져 들어왔던 것이다.

"매일 미디어 홍수에 살고 있고 자극적인 시각의 스트레스에 노출되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강요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관람객들에게 전시실에서만이라도 편안과 명상의 시간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최수환은 이런 취지에서 먼저 고요한 숲의 이미지를 찍거나 만들고 이를 흑백으로 바꾼 뒤 포토샵으로 원하는 명도를 조정하고 프린트를 한다. 이후 이 프린트를 라미네이트판에 붙인 다음 음영에 따라 0.35~3mm 드릴을 이용해 구멍을 뚫는다.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하루에 10시간 이상 수개월 동안 수만개의 구멍을 뚫는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지만, 작가는 이 과정을 '명상의 시간' 혹은 '수련의 시간'으로 생각하며 작업한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에 최수환은 많은 작품을 쉽사리 보여줄 수는 없다.

대구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모두 미발표 작품으로 'Emptiness'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10월 3일(일)까지.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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