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이 폭발 임계점에 달했다.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과 잇단 당 행사 불참, 이 대표의 가시 돋친 발언 등으로 보수야권 지지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급기야 윤 전 총장 측에서 '이준석 탄핵'이라는 발언까지 나오면서다. 이에 지도부 인사와 대선주자들까지 공방에 가세하며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등 당 전체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아사리판'이 된 국민의힘
이 대표는 12일 SNS에 윤 전 총장 캠프 신지호 정무실장 발언을 공유하며 "탄핵 이야기까지 드디어 꺼내드는 것을 보니 계속된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졌다"고 했다. 신 실장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당 경선준비위워회가 준비하는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와 관련, "당 대표 결정이라고 해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으면 탄핵도 되고 그런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이 대표가 탄핵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숨기지 않자 신 실장은 이날 오전 별도 입장문을 통해 "해당 발언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원리를 이야기 한 것"이라며 "이 대표를 겨냥하거나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윤 전 총장도 "탄핵(발언)은 적절치 않았다"며 "캠프 모든 분들에게 당의 화합과 단결에 해가 될 만한 언동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특히 윤 전 총장은 경북 상주에서 휴가 중인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표님과 내가 같이 가야 하지 않겠느냐. 이해해 달라. 통합과 단합을 위해 손잡고 노력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또다시 SNS로 "(신 실장으로부터) 사과 연락이 없었다"며 불쾌감을 재차 드러냈다.
당내 대권경쟁 주자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일제히 '윤석열 때리기'에 동참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 개소식을 겸한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 측을 향해 "선을 넘었다"며 "야권의 가장 큰 트라우마를 연상하게 하는 단어를 가지고 지도부를 공격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윤 전 총장 측과 이 대표 간 갈등에 대해 "샅바싸움 하다가 큰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그간 말을 아껴 온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도 이번 논란에 참전했다.
최 전 원장 캠프에서 전략총괄본부장을 맡은 박대출 의원은 SNS에 "분열을 키우지 말고 다 빠지시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윤 전 총장 측과 이 대표를 동시에 저격했다.
박 의원은 캠프 사무실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는 윤 전 총장 측을 향해 "선을 넘는 금기어가 난무하고 있다"며 "개인 일탈로 넘기기엔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염두에 둔 듯 "국민의힘은 탄핵의 아픔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다.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구을)도 SNS를 통해 "보수 우파 궤멸에 앞장서다가 토사구팽 돼 선회하신 분이 점령군 행세를 하며 일부 철없는 정치인들을 앞세워 국민과 당원이 뽑은 우리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은 참으로 가관"이라며 "자중하시고 당원이 되셨으면 당 방침에 순응 하십시오. 여기는 혼자 황제처럼 군림하던 검찰이 아니다"고 직격했다.
반면 외부 후보들을 영입해온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SNS에서 "당 대표는 그저 조연으로서 대선과정의 매 상황 상황마다 주연인 후보들이 더 빛나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며 "대표는 불필요한 말과 글을 줄이고 공정한 대선준비 및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 이 대표를 압박했다.

◆김재원, 신지호에 "망조·尹 캠프 떠나라"
문제는 '이준석 패싱'으로 촉발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갈등이 경준위 주최 토론회 국면에서 당 지도부까지 전선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SNS에서 "대선 캠프에는 어쩔 수 없이 잡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금도가 있어야 한다"며 윤 전 총장을 향해 지도부를 흔드는 참모들을 내보내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어 그는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당에 망조가 들게 하는 사람들은 있어선 안 된다"며 "탄핵이 그렇게 좋던가"라고 꼬집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자신을 옛 친박(친박근혜)계 출신임을 들어 '진윤(진짜 친윤석열) 감별사'로 비꼰 유승민 전 의원 대선캠프 오신환 상황실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당 지도부 구성원을 감별사로 욕했다"며 캠프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오 실장은 전날 당 대선 후보 경선준비위원회의 예비후보 정책토론회 등을 '월권'이라고 언급한 김 최고위원을 향해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의 월권 발언은 정책토론회 등에 소극적인 윤 후보를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게 다른 후보들의 주장이다.

◆"말 줄여라"…선배 정치인 김종인·유승민의 조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말을 줄여야 한다"는 충고의 말을 내놨다.
이 대표의 정치적 멘토로 불리는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재 당내 상황에 대해 "서로 조금씩 말을 아끼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대선후보들과 갈등설을 겪고 있는 이 대표를 향해선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내년 대선을 어떻게 승리로 이끌 것인지만 골몰하면 되지, 발언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권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는 말을 많이 하면 실수를 할 수밖에 없으니 가급적이면 안 하는 것이 좋다. 남들이 뭐라고 한다고 일일이 답할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아빠 친구' 유 전 의원도 이 대표를 향해 "말을 줄이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한 방송에 출연해서도 "본인이 큰 방향으로만 가고 있으면 사소한 문제는 풀릴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직접 조언을 전해 달라'는 사회자의 말에 "그렇게 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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