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집단면역 불가론

12일 오전 대구스타디움 주차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안개형 분무살수차가 운행 중인 가운데 진단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2일 오전 대구스타디움 주차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안개형 분무살수차가 운행 중인 가운데 진단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오는 11월 코로나19 집단면역 달성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 델타 변이종이 그 앞을 막아섰다. 정부의 안일한 판단으로 스텝이 계속 꼬이는 백신 수급도 원인의 한 축이다. 봉쇄(Lock down)를 빼곤 가장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수도권에서 한 달 이상 실시하고 있는데도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색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놨던 '굵고 짧은' 방역도 공허한 약속으로 확정되는 분위기다.

어느새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델타 변이종 검출 비율이 70%를 넘어섰다.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하고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걸리는 돌파 감염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전 국민이 백신을 접종한다 가정하더라도 항체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지, 델타를 넘어서는 새로운 변종 발생 국면에서도 기존 백신이 유효할지 그 누구도 예단키 어렵다.

어쩌면 코로나19와 같은 전대미문 바이러스 앞에서 집단면역은 순진한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인류가 집단면역에 성공한 사례는 천연두, 홍역, 소아마비 등 몇 종에 불과하다. 100년 전 세계에서 5천만~1억 명(추정치)의 희생자를 낸 스페인독감도 아직 살아남아 있다. 2009년 팬데믹을 일으킨 A형 독감이 바로 스페인독감의 변이종이다. 코로나19도 다른 바이러스처럼 계절성 독감으로 점차 바뀌어갈 것이다.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면 남은 선택지는 무엇인가. 역시 해답은 백신이다. 코로나19 백신은 감염자들의 중증화율 및 사망률을 90% 이상 극적으로 낮춰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인구의 7%에 대한 1차 접종 진행만으로도 치사율을 0.3~0.4%까지 떨어뜨릴 수 있었다. 백신 접종률을 꾸준히 높여 치사율을 계절성 독감 치사율(0.1%)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떨어뜨린다면 방역 상황은 달라진다.

역설적으로 지금이야말로 방역 전략과 체계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 불편과 자영업자 희생을 강요하는 감염원 추적 및 격리, 확진자 집계에 목매지 말고 치사율 감소와 백신 접종에 방역 자원을 쏟아붓자는 이야기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언론과 정치권이 앞장서서 공론화를 이끌어내고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게 좋겠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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