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군 女중사 성추행 상관, 사과하겠다고 불러내 "술 따르라" 강요

해군 여성 중사가 남성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를 한 후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3일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에 화환을 실은 화물차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해군 여성 중사가 남성 상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를 한 후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3일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에 화환을 실은 화물차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남성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여중사가 "일해야 하는데 배제시켜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부모에게 털어놨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해자가 피해 여중사에게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면서 협박성 발언을 했던 사실도 전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피해 해군 A중사와 유가족이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A중사는 지난 3일 부모에게 보낸 문자에서 "(가해자가) 일해야 하는데 자꾸 배제하고 그래서 우선 오늘 그냥 부대에 신고하려고 전화했다"라며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또 성추행 가해자는 사과하겠다며 A중사를 식당으로 불러 술을 따르게 한 뒤, A중사가 이를 거부하자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모 부대 소속 A중사는 지난 5월 27일 민간 식당에서 B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사건 발생 직후 상관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정식신고는 하지 않다가 지난 7일 부대장과의 면담에서 피해 사실을 재차 알렸다.

그로부터 이틀 뒤 사건이 정식 보고됐고 A중사는 본인 요청에 따라 육상 부대로 파견조치됐으나, 부대 전속 사흘 만에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에 대한 보고는 A 중사 사망 이후, 사건 발생 77일 만에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하 의원은 "(유가족은) 자랑스러운 해군으로서 11년간 국가에 충성한 대가가 고작 성추행과 은폐였냐며 분통을 터뜨렸다"라며 "이 사건을 크게 공론화해 다시는 딸과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고도 했다"라고 했다.

이어 "지난 5월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세 달째 되는 날"이라며 "바뀔 기회를 줬는데도 똑같은 사고를 낸 무능한 국방부 장관은 즉각 경질돼야 한다. (대통령도)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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