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동훈 씨 상관한테 추미애 씨라니?" 秋의 분노…'문재인 씨' 논란 연상

"전직 상관에게 추미애 씨라고 부르는 용기는 가상"

한동훈 검사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폭행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폭행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호칭'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조국 전 법무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2심 판결 내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다 서로를 향해 "추미애 씨" "한동훈 씨"라고 가리킨 것이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정 교수의 7가지 입시비리 의혹이 유죄를 선고받자 "하루종일 먹먹함과 비통함에 마음이 아팠다"며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그는 "애초에 혐의를 단정했던 사모펀드 건은 모두 무죄가 되었고 별건 수사로 드잡이했던 건들이 발목을 잡았다"며 "특수통 검사들의 낡은 수사기법에 불과한 먼지털이식 별건 수사의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제는 추 전 장관의 캠프 측 입장문에서 시작됐다. 입장문에는 "한동훈 씨의 지휘 아래 별건 수사를 통해 마른 수건 쥐어짜듯 뽑아낸 혐의들이었다. 사모펀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혐의 대부분이 인정된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는 본류 수사가 아닌 검찰의 별건 수사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의 호칭을 '검사장' 혹은 '부원장'이 아닌 '씨'라고 표현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선 경선 후보가 1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책 라이브 커머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선 경선 후보가 1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책 라이브 커머스 '더민:정책마켓'에서 정책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한 검사장도 기자단에 낸 입장문에서 "추미애 씨는 도대체 뭘 보고 다 무죄라고 계속 거짓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사모펀드 범죄 중 '일부'에 대해서만 무죄판결이 났는데도 '모두'에 대해 무죄판결이 났다고 허위사실을 말한 뒤 그것을 전제로 수사를 비난하는 것은 허위사실로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전 장관에 대해 '전(前) 장관' 대신 '씨'라는 호칭을 쓴 것.

추 전 장관 캠프에선 이에 대해 "한동훈 씨가 해야 할 일은 궤변이 아니라 반성"이라는 제목으로 입장을 또 내고 "무죄건 유죄건 10여 년 전의 일까지 죄다 끌어들인 정경심 교수의 혐의 중에, 검찰이 그토록 떠들었던 '살아있는 권력'이 한 자락이라도 개입된 혐의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이에 한 검사장도 지지 않고 "추미애 씨 페북 주장 관련 한동훈 검사장 입장입니다"라며 반박문을 내고 "'무죄건 유죄건'이라는 추미애 씨 말을 들어보면, 추미애 씨에게는 1, 2심 유죄 실형 판결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모펀드 관련 유죄 선고된 항소심 판결문이 있으니, 힘 있는 사람이 우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직격했다.

양측의 승강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 전 장관 캠프는 한 검사장의 호칭을 '부원장'으로 돌연 바꿔 가리켜 또다시 입장문을 냈다. "한동훈 원장의 견강부회, 사모펀드와 일반 주식거래를 혼용해 국민을 속이지 마세요"라는 제목이다. 이번에는 한 검사장 이름 뒤 직함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라고 대우해 부른 셈이다.

캠프 측은 그러면서 해당 입장문 말미에 추 전 장관 호칭을 '씨'라고 적은 한 검사장을 겨냥해 "전직 상관에게 추미애 씨라고 부르는 용기는 가상하다"고 적으면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검사장은 여기에도 반박 입장을 냈지만 '추미애 씨'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통합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통합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우리말 의존명사 '씨'는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로는 쓰이지만 "윗사람에게는 쓰기 어려운 말로, 통상적으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는 설명이다.

관습적으로도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쓰는 호칭 표현인 탓에 앞서 국가원수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씨' 논란이 벌어졌던 적이 있다.

지난해 2월 개그맨 이용진이 tvND 웹예능 '괴릴라 데이트'에서 게스트 MC딩동을 '사전 MC계의 대통령'이라고 소개하자, "대통령? 문재인 씨 얘기하시는 거예요?"라고 발언한 부분이 문제가 된 것.

당시 지나가듯이 한 말이기도 하고 그 주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면전에서 꺼낸 말도 아니었지만 해당 영상이 친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면서 "대통령이 네 친구냐", "버릇없고 무례하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 이를 두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씨라고 부른게 무슨 그런 큰 잘못이냐", "시대착오적인 발상" 등 '문제없다'는 반응도 이어지며 설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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