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트롤선 오면 우린 죽는다" 해수부 간담회 울릉 어민 반발

"상생 뜻 알고 말하는 것인가…中어선부터 막아주고 말해야"
“동경 128도 조업금지 해제 시 동해 어민 생존권 위협”

12일 해양수산부와 울릉 채낚기 어업인 간담회가 열렸다. 허순구 기자
12일 해양수산부와 울릉 채낚기 어업인 간담회가 열렸다. 허순구 기자

경북 울릉군 어업인 복지회관에서 지난 12일 해양수산부 관계자, 울릉 채낚기선 선주 50여 명의 간담회가 열렸다. 안건은 대형트롤선과 채낚기 선의 상생으로 동경 128도 조업 금지를 해제(매일신문 지난 13일 자 8면)하고 트롤선과 울릉도 앞바다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간담회가 열렸다.

먼저 해수부 관계자가 트롤선과 채낚기 선의 상생이라는 내용으로 말문을 열자 참석자 중 한 어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상생의 말뜻을 알고 있는 것이냐 상생은 같이 살자는 말이다. 트롤선이 울릉 앞바다에 진출하면 울릉 어민이 먼저 망하고 결과적으로 트롤선도 망하게 된다. 트롤선이 잠시 울릉 앞바다 고기를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씨가 말라 자신들도 조업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생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다"며 해수부 관계자의 말에 거부감을 표출했다.

해수부 관계자가 TAC(총허용어획량·Total Allowable Catch)와 관련해 채낚기 선을 가장 상위에 두고 트롤선이 채낚기 선의 승인하에 작업이 허용되면 어떻겠냐는 해수부의 설득에 한 어민은 "TAC도 좋고 트롤선과의 상생도 좋은 말이다. 하지만 먼저 정부가 중국어선들의 동해남획부터 막아주고 그 후에 다시 상생을 논해도 된다. 중국어선 수백 척이 물러나면 트롤선이 들어올 자리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우리는 오징어 잡는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일이 없다. 육지 사람들과 비교하면 안 된다. 국민을 죽이는 국가는 없다. 27척의 트롤선 살리려고 수천 어민을 죽이려는가 수협에 가서 알아봐라. 우리들의 빚이 얼마인가 다른 대안이 없어 오징어를 잡을 뿐이다. 트롤선 한대가 울릉 앞바다를 쓸고 가면 울릉도 조업은 끝이다"며 울먹였다.

울릉어업인 총연합회 김해수 회장은 "트롤선 동해 진출 시 오징어뿐만 아니라 복어 등 모든 생선을 선별 없이 다 끌어갈 것인데 생태계를 파괴하는 수준이다. 해수부가 어족자원 보호 차원에서 금어기, 체장조절 등의 정책을 펴면서 정작 씨 말리는 트롤선을 동해로 진출시킨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재벌규제와 공정거래법은 왜 있나, 트롤선과 채낚기 선은 체급이 달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1시간 반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해수부 관계자는"트롤선주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채낚기 선주도 그렇다 해수부에서는 양쪽 이야기를 다 반영해 행정을 펼 수밖에 없다. 울릉 어민들 이야기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며 간담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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