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이대로면 더 더워진다?…"지자체, 탄소중립 전략 세워야"

기상청 2090년 5.1℃ 상승 예고…열대야·폭염도 60∼70일 증가
시민 오히려 친환경 생활 앞장

찜통더위가 이어진 28일 오후 대구시내 한 도로에서 무더위에 지친 배달용 오토바이 운전자가 얼음물을 마시며 타는 갈증을 잠시 해소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찜통더위가 이어진 28일 오후 대구시내 한 도로에서 무더위에 지친 배달용 오토바이 운전자가 얼음물을 마시며 타는 갈증을 잠시 해소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에 사는 이지윤(32) 씨는 아침 7시30분에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출퇴근한다. 대형마트·편의점 갈 때에도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 카페에 가면 플라스틱컵이 아닌 자신의 텀블러를 이용한다. 음식도 배달이 아닌 가게에서 포장해 가고, 일회용 젓가락·숟가락은 일체 거절한다. 이 씨는 "코로나19 이후 기후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주 1회 채식, 지역농산물 구입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면서 저탄소 '친환경 생활'을 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상청이 발간한 '대구광역시 RCP 시나리오'에 따르면, 온실가스가 현재 추세로 배출될 경우 30년 뒤 대구의 연평균 기온은 2010년대 대비 2.3℃ 더 높아지고, 80년 뒤엔 5.1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RCP(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 대표 농도 경로)는 인간 활동이 지구 대기에 미치는 영향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지난해 대구 열대야 일수는 16일인데, 80년 뒤엔 무려 60.5일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됐다. 지난해 31일이던 폭염일수도 80년 뒤 77일까지 늘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 상당히 실현될 경우, 30년 뒤 대구 연평균 기온은 2010년대 대비 1.1도만 높아지고, 80년 뒤엔 1.9도만 높아진다. 80년 뒤 열대야 일수·폭염 일수 역시 32.5일, 37.2일까지만 늘어난다.

김아라(32) 씨는 대구 남구에서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토마토 등 채식메뉴를 판다. 채소는 육류에 비해 생산부터 식탁까지의 과정을 대폭 줄여 탄소 배출량이 낮다. 게다가 지역농산물은 운송과정이 짧기에 탄소량 역시 줄일 수 있다. 김 씨는 "지구온난화 이슈가 많이 주목되고, '가치 있는' 소비를 하자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탄소 줄이기에 동참하려고 토마토, 무화과, 블루베리 등 재배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함모(28) 씨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게·기업을 애용하고 싶다"며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사람들 모임방에서 좋은 가게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폭염은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한 '2020 세계위험보고서'에서 인류를 가장 위협하는 요인이다. 박종길 대구 달서구의원은 "대구는 아직 다른 지자체에 비해 기후대응에 대한 구체적 전략이 미비하다.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담부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 교수는 "정부가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을 해결해야 한다면 지자체는 생활 등 비산업 부문 문제에 적극로 나서야 한다"며 "저탄소 배출에 대한 필요성을 잘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에너지자립 시범 학교·마을을 만들 사람들이 곁에서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오는 12월 '2050 탄소중립 전략수립'으로 로드맵을 짠 뒤 공표하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과제를 만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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