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탈레반, 수도 카불 진입 시작…주민 패닉, 공항엔 탈출 인파

미국, 대사관 직원 철수작전 개시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진입을 시작한 가운데 미국 대사관 상공에 미군 치아누크 헬기가 날아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진입을 시작한 가운데 미국 대사관 상공에 미군 치아누크 헬기가 날아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들어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아프간 내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탈레반이 카불의 사방 외곽지역에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 탈레반의 대외 창구가 있는 카타르 도하 정치사무소 지도자는 "카불 시내에서 폭력을 행사하지 말고 탈출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안전한 길을 허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로이터통신이 밝혔다. AP통신은 "아직 전투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탈레반은 이미 전국 주요 도시와 국경 초소를 모두 장악한 상태다. 전날 밤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발흐주 주도)에 이어 이날 카불과 인접한 동쪽 낭가르하르주 주도 잘랄라바드가 탈레반 손에 넘어갔다. AP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군이 먼저 항복해 친정부 민병대 등의 사기가 떨어져 탈레반의 공격에 굴복했다"고 전했다.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는 해외로 탈출하려는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지 항공사의 국제선 항공편은 이미 다음 주까지 예약이 꽉 찬 것으로 알려졌다. 용케 표를 구한 이들도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데 3시간 이상 걸리는 상황이다.

정부가 붕괴 위기에 처하자 카불 주민들은 달러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환율은 껑충 뛰어올랐고, 은행마다 달러를 구하는 사람들로 혼잡을 이뤘다. 은행이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는 두려움 탓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도 줄이 길게 이어졌다.

아프간 수도 카불과 인접한 잘랄라바드가 15일(현지시간) 탈레반 손에 넘어간 가운데 탈레반 병사가 무기를 든 채 도심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간 수도 카불과 인접한 잘랄라바드가 15일(현지시간) 탈레반 손에 넘어간 가운데 탈레반 병사가 무기를 든 채 도심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카불로 밀려드는 피란민은 급증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며칠 새 카불로 피란한 주민이 약 12만 명이며 이 가운데 7만2천 명이 아동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피란민 대부분은 공원 등에서 노숙하고 있는데 외신은 이들이 물과 음식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한 채 땡볕 아래에서 연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미국이 카불 주재 외교관들의 철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CBS방송도 미국이 36시간 내에 소수 핵심인력만 제외하고는 대사관 직원의 대피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내 미국 요원의 안전한 감축 등을 위해 기존 계획보다 1천명 늘린 5천명의 미군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유혈사태를 막고 정치적 합의를 추진하기 위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지원하라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군이 자신의 나라를 지킬 수 없다면 미군이 1년 또는 5년을 더 주둔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철군 방침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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