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조국 전 장관 가족 도륙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측 대선 캠프는 "검찰이 (조국) 가족을 도륙했다"고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은 조국 전 장관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자서전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검찰주의자들이 상관(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무자비하게 도륙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자신의 징역형에 대해서도 "불의한 정권과 검찰, 언론의 무자비한 공격에 쓰러져 2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우리나라가 대학 입시에서 수시전형 인원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전형 방식을 다양화한 것은 필기 시험 성적으로 학생을 줄 세우는 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다. 국·영·수 한 문제 더 맞혔느냐, 덜 맞혔느냐로 학생의 수학능력을 평가하지 말고, 각자의 재능, 창의성, 경험 등을 바탕으로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이 수시전형의 목표다. 이는 대학 신입생 선발 방법의 변화를 넘어 우리나라의 미래를 새롭게 가꾸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게 수시전형 모집 비율은 해마다 늘어, 수시 선발과 정시 선발 비율이 7대 3이 될 정도로 수시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 가족이 수시전형의 약점을 파고듦으로써 수시전형은 '부정의 통로'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많은 국민들이 "수시 폐지하고, 모두 정시로 선발하라" "객관식 시험이 제일 공정하다"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국민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의 불공정이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가족의 '입시 사태'는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재를 뿌렸다. 물론 조 전 장관 가족만의 죄는 아닐 것이다.

한 전 총리와 추 전 장관은 '검찰이 조 전 장관 가족을 도륙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은 조 장관 가족이 입시제도를 도륙했다. 한 전 총리는 자신이 무자비한 공격의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실은 죄 지은 그를 구하기 위해 '한명숙 사건 수사 과정'을 심의, 재심의도 모자라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까지 벌인 법무부가 검찰을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