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아베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2020 도쿄올림픽, 그리고 개헌

고선윤 백석예술대 교수

고선윤 백석예술대 교수
고선윤 백석예술대 교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우리 모두가 생각한 올림픽과는 다른 모양이지만 올림픽이 열리게 되었다"면서 "동일본대지진과 코로나19 발생으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대회를 개최해 준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인사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폐막식을 기억했다. 마리오 분장을 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4년 후 도쿄올림픽에서, 이번에는 우리가 감동을 전할 차례"라고 흥분된 목소리로 선언했다. 그리고 이듬해, 일본의 현행 헌법 시행 70돌을 맞이한 5월 3일,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일본이 새로 태어나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새 헌법이 시행되는 해가 되게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수차례 밝혔다. 아베의 개헌안은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한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1964년 도쿄올림픽은 일본이 선진국으로 급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2020년은 새 헌법 시행을 지향하는 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57년 전, 1964년 가을에 열린 도쿄올림픽은 전후 일본의 경제적 회복, 이른바 '부흥'을 전 세계에 공표하는 자리였다. 그러니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장기 불황과 동일본대지진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도약의 모습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개헌까지 이어지기를 계획했다.

그런데 바흐 위원장의 말대로 2020 도쿄올림픽은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의 올림픽이었다. 올림픽 개최, 그 자체를 반신반의했다. 코로나19 창궐로 일본 국민 55%가 개최를 반대했다. 개회식이 열리는 당일에도 경기장 밖에서는 올림픽을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

일본의 많은 사람들은 쇼와 시대 최고의 사건으로 1964년 도쿄올림픽을 꼽고 있다. 아베도 지적한 바와 같이 '일본이 선진국으로 급성장하는 원동력'이었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성화 점화 퍼포먼스는 특별했다. 19세 청년 사카이 요시노리(坂井義則)가 마지막 성화 봉송자로 지목된 것은, 훌륭한 육상선수였기 때문이 아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세계 언론은 그를 '원자 보이'라고 불렀다.

원폭 투하 1시간 반 후에 태어난 젊은이가 푸른 하늘 아래에서 성화대의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모습은 일본의 부흥과 평화를 상징했다. 전쟁의 아픔, 어둠의 역사를 한 젊은이를 통해서 벗어던지고 일본은 새 시대를 맞이하는 퍼포먼스를 전 세계인들에게 피로했다.

2020년 성화 점화자는 검은 피부의 혼혈인 오사카 나오미(테니스)였다. 아시아인 최초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라 '일본의 테니스 여왕'이라고 불린다. 아이티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는 인종차별 등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고로 오사카는 올림픽이 추구하는 성평등과 다양성, 조화의 가치에 들어맞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 유독 인종적으로 편협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식에 아베 마리오의 주인공이었던 아베 전 총리는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일본 자국의 '부흥'이나 '도약'을 연출하지 않았다. 열린 눈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는 '다양성의 존중'이 엿보였다. 이제 마지막 하나의 키워드 개헌이 궁금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8년부터 매년 1회 개헌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왔는데, 개헌에 찬성한다는 응답률이 매년 증가해서 2020년에는 57%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전쟁을 모르는 젊은 세대일수록 개헌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이지만 올가을 예정된 중의원 선거에서 여야 간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2020 도쿄올림픽은 특별했다. 성소수자, 난민 등 다양한 영웅들이 등장했고, 메달보다는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에도 강행된 훌륭한 올림픽이었다. 이제는 불씨가 남아 있는 개헌이 궁금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