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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만화영화의 추억

노혜진 오오극장 홍보팀장
노혜진 오오극장 홍보팀장

SNS를 둘러보다가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가 공개된다는 글을 보았다. 처음 들어본 분들이라면 분명 이상한 이름이라고 생각하셨을 게다. 이름은 이상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오랫동안 수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나름 유명한 작품으로, 그 '에반게리온'이 무려 25년 만에 완결된다는 소식이었다.

지금은 소원해졌지만 예전엔 참 좋아했던 터라 묘한 기분이 들었다. '25년이라니 오래되었네. 어릴 적엔 정말 만화를 좋아했었는데 왜 잊고 있었을까.' 잃어버린 동심을 찾는 심정으로 나의 만화 인생을 잠시 돌아보았다.

사실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보다 '만화영화'라는 말이 더 익숙한 세대라 나의 추억여행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억나는 첫 만화영화는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가 주인공인 만화영화이다. 어릴 때라 당연히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밤 9시 뉴스가 시작하기 전 5분 정도 방송되는 짧은 만화영화라 늘 어머니께서 "호돌이 보고나면 자는 거야"라고 말씀하셨던 것만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8시만 되면 많은 어린이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던 TV프로그램 '디즈니 만화동산'도 빼놓을 수 없다. 곰돌이 푸, 알라딘, 인어공주 등 명작들을 보는 즐거움에 일요일 아침 늦잠도 기꺼이 반납할 수 있었다.

중·고교 시절에는 만화책에 푹 빠져 지내기도 했다. 그때는 한창 만화 잡지가 생겨나면서 만화책의 인기가 상당했다. 동네마다 책대여점이 하나둘씩 생겨나던 시절이었다. 빌린 만화책을 친구들과 돌려 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만화책은 용돈으로 사 모으기도 했다. 정식 수입되지 않은 만화영화를 알음알음 구해 보기도 했다. 지금은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지만 당시는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이라 만화영화를 보는 것도 스릴 넘치는 경험이었다.

그 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영역들이 그렇듯 만화도 빠르게 변화하였다. 인터넷 만화 즉, '웹툰'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종종 인기 있는 웹툰을 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만화책에 익숙한 옛날 사람이다 보니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찾아보지는 않게 된다. 또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찾기보다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 나의 만화에 대한 추억은 여기까지인 걸까.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이후에도 만화를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웹툰은 드라마와 영화로 재탄생하면서 새로운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화제의 드라마 '미생'도, 1천만 관객이 본 영화 '신과 함께'도 알고 보면 모두 웹툰이 원작이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 수많은 슈퍼히어로 영화들도 모두 만화에서 출발했다.

만화의 영상화가 활발해지면서 이제 만화는 대중문화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대세가 되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 자연스럽게 만화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화려한 옷으로 차려입고 나타난 오랜 친구 만화. 덕분에 앞으로 만들어갈 기억은 훨씬 다채로운 추억들로 채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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