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등 국기 게양일에 집마다 태극기를 달았던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광복절 76주년인 15일 오후 5시쯤. 60가구가 사는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단지에는 태극기가 1개도 걸려 있지 않았다. 주민 신모(41) 씨는 "태극기를 갖고 있는 집은 거의 없을 것 같다"며 "게양을 하지 않은 지 15년이 좀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과 100여 m 떨어진 196가구 규모의 다른 아파트 단지에는 8가구에만 태극기가 걸렸다. 경비원 이모(65) 씨는 "해가 갈수록 태극기 게양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올해는 흐린 날씨 탓에 예상보다 더 적게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 윤모(39) 씨는 "광복절에 태극기를 달아야만 애국하는 것이냐"며 "사라져가는 하나의 문화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구 동구 한 아파트에선 최근 광복절을 앞두고 베란다에 태극기 게양 자제를 요청했다. 비나 바람 때문에 태극기 깃대가 떨어져 난간 아래 사람들이 다치거나 차가 파손될 수 있어서다.
박모(35) 씨는 "게양을 하지 않는 이유는 태극기가 없을 뿐더러 쉬는 날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귀찮다"고 말했다.
대구 한 경찰서 관계자는 "태극기 게양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도 잘 모르는 직원이 있어 서로 알려준다"고 말했다.
한국자유총연맹 달서구지회는 매년 광복절을 앞두고 용산역·진천역 등지에서 태극기를 무료로 나눠주는 캠페인을 벌인다. 올해도 가정용 태극기 500개를 배부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태극기를 거절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태극기 부대'로 오인받을지 우려하고, 접촉을 통한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이라고 한다.
도하석 한국자유총연맹 달서구지회 사무국장은 "태극기는 나라의 상징이자 자긍심을 지녀야 하는 것인데, 이를 외면하는 세태가 안타깝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