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0.84명이었다는 점이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비연애·비섹스·비결혼·비출산이라는 '4비(非) 운동'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결혼은 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출산 거부' 여성마저 늘어나고 있다. 이러다가 머지않아 대한민국 인구가 반토막 나지 않을까 두렵다.
며칠 전 어느 목사님이 자녀와 나눈 대화를 들려줬다. 내년도 대학입학을 앞둔 딸이라 주로 진로와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신앙과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성 교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딸이 대뜸 "아빠, 나는 결혼은 하지 않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를 듣고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의 미래가 불행할 것 같아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어린 고등학생의 눈에 비친 미래의 지구는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는 것이다. 2030세대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환경문제를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최근 국제 사회는 그동안 써왔던 '기후 변화'(climate change)라는 말 대신 '기후 위기'(climate crisis),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 '기후 실패'(climate breakdown)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최근 연이어 나오는 보도들이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미국, 캐나다, 그리스, 터키에서 산불로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서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두 달 동안 내려야 할 비가 이틀 동안 한꺼번에 쏟아졌다. 중국 허난성에서도 기록적인 폭우로 수많은 지역이 물에 잠기고 인명 피해 또한 속출했다. 심지어 이렇게 기후 변화가 지속되면 2030년이면 영국 수도 런던의 상당 지역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베니스도 물에 잠길 것이라고 한다.
이 모두가 지구 온난화의 결과이다. 우리가 배출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질소산화물 등)가 지구의 기후를 이렇게 만들고 있다. 이제 인류와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나라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가 보고한 '지구온난화 1.5도 관한 특별보고서'가 나간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우리들 대부분은 지구 온도 1.5도 상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한 지금도 우리는 폭염, 홍수, 가뭄, 산불 등 극단적인 날씨와 마주하고 있는데, 만약 1.5도 이상으로 기온이 상승하면 기후는 그 회복력을 상실하고 결국 파국에 이르고 말 것이다. 이제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현 문명에 대한 담대한 전환만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국가의 산업과 에너지 시스템은 물론이고 우리의 생활패턴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좀 더 불편하게 살고, 더 적게 생산하고 더 적게 소비해야 미래 세대에게 희망이 있다.
미래 세대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금 이대로 기후위기가 진행되면 젊은이들의 미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함. 그래서 청소년들이 시작한 스웨덴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운동, 미국의 선라이즈 무브먼트(Sunrise Movement), 영국의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운동 등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과연 미래 세대를 걱정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저탄소, 친환경 소비생활로 이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스웨덴의 18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우리에게 간구한다. "희망보다 더 필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우리가 행동을 시작하기만 하면, 희망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유재경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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