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Insight] 8.15 카불 Vs. 서울, 그리고 타이베이…지도자가 국력(國力)이고 국격(國格)이다!

싸워보지도 않고 무너진 아프간 정부군…돈만 챙기고 나라와 국민을 버린 대통령!
황당한 기념사, 일제 무단통치(武斷統治) 부활 서울…박수치는 대통령 부부?
독립국가 지도자의 참 모습 차이잉원 대만 총통…친구와 함께 스스로 지킨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미군 C-17(글로브마스터Ⅲ) 수송기가 국외로 탈출하는 주민들을 가득 태운 채 카타르로 향하고 있다. 아프간의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은 이날 카불을 점령하고 정권 인수를 선언했다. [디펜스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미군 C-17(글로브마스터Ⅲ) 수송기가 국외로 탈출하는 주민들을 가득 태운 채 카타르로 향하고 있다. 아프간의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은 이날 카불을 점령하고 정권 인수를 선언했다. [디펜스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 박사, 사회복지사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경영학 박사, 사회복지사

▶아프간 수도 카불 함락…돈 챙겨 가장 먼저 튄 대통령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이슬람 원리주의자 탈레반에 의해 함락되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친미(親美) 아슈라프 가니 정권의 '전격적' 붕괴였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군하더라도 '18개월' 정도는 가니 정권이 버텨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철군을 시작한 지 불과 3개월만에 수도 카불이 함락 당하는 신세가 됐다. 탈레반이 11일 아프간 남부 제2도시 칸다하르를 함락한 지 4일만이다.

올해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군 병력은 30만699명이다. 탈레반의 핵심 전투요원은 6만~7만5천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만큼, 병력 규모는 아프간 정부군이 4, 5배 많다. 아무리 부정·부패와 '유령군인'으로 정부군의 숫자가 부풀려졌다고 하더라도 '싸울 의지'가 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에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아프간 정부군은 미군의 지원으로 월등하게 앞선 화력을 갖추고 있다. 아프간 정부군에는 매년 50~60억 달러(5조8천억원~7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지원됐고, 무기·장비·훈련비 등을 합쳐 지난 20년간 미국은 아프간 정부군에게 830억 달러(97조원)을 쏟아부었다.

왓슨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아프간에 친서방 민주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2001년 9.11테러 이후 20년간 재건비, 전쟁예산, 참전용사 관리, 전쟁 차입금 예상이자 등을 포함해 모두 2조2천610억 달러(약 2천600조원)를 투입했다.

그러나 무능하고 부패하며 비겁한 정부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그 정점에 있다.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진입하려던 15일 가장 먼저 부인과 참모들을 데리고 이웃 우즈베키스탄으로 도망쳤다.

러시아 국영 통신 스푸트니크는 카불 주재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가니 대통령은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 돈이 이동을 위한 헬기에 모두 들어가지 못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뒀다"고 보도했다.

비열한 가니 대통령은 변명도 비겁했다. 이날 가니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탈레반은 카불을 공격해 나를 타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는 글을 남겼다.

인도 아프간 대사관의 공식 트위트 계정은 16일 "도망자 대통령을 위해 일했다니 부끄럽다. 알라께서 배신자를 응징하시길"이라는 영문 트윗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국가와 국민을 배신하고 돈만 챙겨 도망간 지도자로 인해 아프간 국민들은 아비규환에 빠졌다.

유엔국제이주기구(IOM)는 아프간에는 5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탈레반의 공격으로 거처를 잃었고, 35만9천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드칠드런은 아프간 어린이 7만2천명이 탈레반이 점령한 거주지를 떠나 수도 카불의 난민촌에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이들의 생명이 '풍전등화' 상황이다.

아프간 재장악에 성공한 탈레반은 국제여론을 의식해 "카불을 무력으로 점령할 계획은 없다. 공항과 병원은 계속 운영될 것이다. 아프간 정부군 병사에겐 귀향이 허용될 것이다. 보복은 없다.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 여성들은 히잡(머리카락과 목을 가리는 헤어 스카프)을 쓰고 교육·근로가 가능하다.…"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 집권기 공개처형과 가혹 행위, 어린이·여성의 인권 유린 등을 경험한 수많은 아프간 국민들은 목숨을 건 대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탈레반이 최근 새로 점령한 지역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학교를 장악하고, 여학교를 문닫게 하거나 불태운 것이다.

올해 6월 말 북부 타하르주의 루스타크 지역을 점령한 탈레반은 지역 주민들을 모스크에 불러 모은 뒤 "15세 이상 모든 소녀와 40세 미만의 과부는 반드시 탈레반 군인들과 결혼해야 한다"고 선포했다.

향후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간에서 어떤 인권 유린의 대참사가 벌어질지 예측해 볼 수 있다. 아프간 국민의 대참사와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은 '무능하고 부패하며 비겁한데다 비열하기까지 한 지도자'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복절 연휴 동안 국민혁명당 국민 걷기운동 기자회견이 예고된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에 집회 금지를 위한 경찰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마치 일제 강점기 무단통치(武斷統治; 또는 헌병경찰통치) 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 든다.연합뉴스
광복절 연휴 동안 국민혁명당 국민 걷기운동 기자회견이 예고된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에 집회 금지를 위한 경찰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마치 일제 강점기 무단통치(武斷統治; 또는 헌병경찰통치) 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 든다.연합뉴스

▶청와대 연출, 김원웅 주연 '황당' 광복절 기념사…박수 친 대통령 부부

2021년 서울의 8.15는 광복 76주년 기념일이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된 광복절 경축식에서 열심히 박수를 쳤다.

부모 모두 '가짜' 독립유공자 의혹을 받고 있는 김원웅 광복회장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초대 내각은 독립운동가를 하나씩 제거해 친일파 내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런 세력은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다"는 주장을 하며, 보수·야권을 공격하는 정치적 발언을 했다.

이승만 라인을 선포해 일본을 내쫓고 '독도'의 대한민국 실효적 지배를 확고히 했고,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뒤 임시정부의 요직을 지낸 이시영 부통령, 대한광복군 출신 이범석 장군이 초대 총리를 맡은 이승만 내각이 친일(親日)이라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주장은 고개를 한참 갸웃하게 한다.

주목할 점은 영상으로 사전 제작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가 정부와 청와대의 묵인·비호 아래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김원웅 회장의 기념사를 사전 녹화 전에 협의한 뒤 일부 내용을 수정해 확정했고, "광복절 경축식이 대통령 행사인 만큼 사전 녹화장에는 탁현민 의전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도 참석해 지켜봤다"고 정부 소식통은 언론에 설명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발언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는 "보수 야당을 친일세력으로 몰고 비하한 해당 문장을 청와대가 지시하고 촬영장을 감시한 것이 아닌가. 즉각 징계하지 않을 경우 김(원웅) 회장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대부분 독립유공자로 구성됐던 이승만 내각은 억지로 폄훼하면서 북한의 친일 내각에는 입을 다무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김원웅 회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

청와대 연출, 김원웅 주연의 '광복절 쇼'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이다. 진 교수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알기로 지금 공화당과 민정당을 두루 거쳐 공적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에모토 시마지(江本島次) 여사의 아드님 김원웅씨밖에 없다"면서, 김원웅 광복회장을 향해 "대한민국 유일의 친일파, 최후의 친일 잔재"라고 말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모친이 '에모토 시마지'로 창씨개명한 것(제적등본 확인)을 빗된 것이다. 일제 당시 호주가 성(姓)을 일본식으로 바꾸면 그 가족이 모두 성이 함께 바뀌었지만, '일본식 개명'은 본인이 직접 해야만 했다. 때문에 일제 당시 '창씨'를 한 조선인은 80% 정도나 되지만, '개명'까지 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창씨개명'을 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모친이 독립유공자라는 문재인 정권의 보훈처를 믿지 못하는 이유이다.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부모 '실체'에 대한 진실 규명 작업은 이제 역사적 과업이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가짜 독립유공자 후손 의혹'을 받고 있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청산' 주장에 힘찬(?) 박수를 보내고 있는 사이, 광화문에는 '재인산성'이 또 등장했다. 코로나19 방역이 표면으로 내세우는 핑계지만,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경찰버스 543대와 경찰 1만1천명이 동원됐다. 대중교통도 통제했다. 지하철 광화문역·종각역 일부 출구를 제외한 모든 출구를 폐쇄했고, 오후 2시쯤부터는 시청역·경복궁역·광화문역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시켰다. 출근하는 시민들에게는 명함과 사원증을 요구했고, 지나가는 시민들의 가방까지 검색했다.

'빛을 되찾은' 광복절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무단통치(武斷統治; 또는 헌병경찰통치) 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집권 민주당이 시장을 맡고 있는 안양과 수원에서는 광복절날 태극기 대신에 정체 불명의 한반도기가 등장해 시민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안양시 측은 "시내 곳곳에 4천500여 개의 태극기를 게양했다. 한반도기 게양은 평화통일을 염원하기 위한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했고, 수원시 측도 "한반도 평화와 번영·통일 염원을 담아 한반도기를 게양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안양시와 수원시는 왜 태극기에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통의의 염원이 담길 수 없는 지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시민적 자유와 인권·권리가 마구잡이로 흔들리고 짓밟히는 '광복 76주년'을 경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국민과 나라는 내몰라라 한 채 돈 보따리 챙겨들고 가장 먼저 카불을 도망치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 부부와 그 패거리들이 오버랩된다.

2021년 아프간 카불의 8.15와 대한민국 서울의 8.15가 왠지 전혀 남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차이잉원 대만총통이 육해공 3군이 동원된 연례 군사훈련 한광훈련의 핑둥 기지를 찾아 위장 군모를 쓴 채 망원경으로 훈련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중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청렴하고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총통이 육해공 3군이 동원된 연례 군사훈련 한광훈련의 핑둥 기지를 찾아 위장 군모를 쓴 채 망원경으로 훈련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중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청렴하고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거대한 중국에 당당히 맞서는 타이완 차이잉원 총통…실전 같은 훈련 + 강력한 우군(友軍) 미국!

우월한 군대와 무기를 갖추고도 무능과 부패·비겁함 탓에 도망치기 바쁜 아프간의 가니 대통령이 있는 반면에, 고슴도치 전략으로 거대한 중국에 맞서는 아시아의 지도자가 있다. 대만 타이베이의 차이잉원 총통이 그 주인공이다.

2016년 압도적 지지로 첫 여성총통에 오른 뒤 2연임에 성공한 차이잉원 총통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대등한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녀는 2004년 정치에 입문한 이후 단 한 번도 부패스캔들을 일으키지 않았다.

차이잉원 총통은 올해 1월 취임 연설에서 "베이징이 일국양제(1국가 2체제)로 대만을 왜소화하고, 대만이 사실상 독립된 주권을 누리고 있는 대만해협의 현상을 파괴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대만은 이미 독립국가"라고 말했다.

2019년에는 "대만은 민주를 소중히 여긴다"면서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공식 지지하기도 했다.

물론 '독립'을 말로만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대만방공식별구역(ADIZ)에 공군기를 자주 출몰시키면서 군사적 압박을 높이고 있다. 또 시진핑 주석은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고 협박했다.

차이잉원 총통의 대답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대만 최대 군사훈련인 한광(漢光) 훈련의 강화로 나타났다. 1984년 이후 매년 진행해온 이 훈련은 차이잉원 총통 집권 2기(2020~2024)에 들어서면서 더욱 강도가 높아졌다.

올해부터 훈련기간이 5일에서 13일로 대폭 늘어났고, 특히 중국군의 침공으로 대만 공군기지가 파괴된 상황을 가정해 비상활주로에서 공군기가 이착륙하는 훈련이 포함되었다.

최신 스텔스 초계함 타장함도 처음 참가했다. 초음속 대함미사일, 3차원 방공레이더, 단거리 방공미사일, 76mm 함포와 발컨포 등으로 무장한 타장함은 중국군 항공모함이나 상륙강습함을 저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십과 강력한 의지, 첨단무기를 갖추더라도 인구 2천500만의 타이완이 15억 인구의 중국과 1대 1로 맞선다는 것은 중과부적(衆寡不敵)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이잉원 총통은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강력한 친구'를 곁에 두기로 했고, 지난해 재선에 성공하면서 '반중친미' 노선을 명확히 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하기로 한 차이잉원 총통의 결정은 대만의 위상을 '미국과의 준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의 운명을 걸지 않고선 '감히' 대만을 노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2021년 8월 15일 카불과 서울, 타이베이의 모습에서 '자주독립국가'는 어떻게 이룩되고 지켜지는가에 대한 질문와 해답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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