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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농촌 워라밸을 위한 생활문화센터

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김태곤 대백프라자 갤러리 큐레이터

필자는 지난주 경북 청송에 개관한 '남관 생활문화센터'를 다녀왔다. 청송군 부남면에 위치한 생활문화센터는 2013년 폐교된 대전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부남면은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남관 화백의 고향이기에 생활문화센터의 이름 앞에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전체면적 2천94㎡의 남관 생활문화센터에는 남관 기념관(유품관, 자료관)과 상설전시장도 마련되어 그의 예술적 삶과 업적을 살펴보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동호회 활동과 세미나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실, 소규모 동아리 및 활동공간인 동아리방, 커뮤니티 공간인 카페 등이 마련되어 음악, 미술, 댄스, 어학 학습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생활문화센터'라는 명칭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현재 전국 40여 곳에 조성되어 있다. '생활문화'는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이 정책은 1990년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에서 문화향유 확대 및 문화복지 증진의 관점에서 처음 등장했다.

초기에는 수요자의 문화향유를 위한 문화인프라 조성 등이 주요 정책이었지만, 점차 문화복지의 개념을 벗어나 참여적인 문화 활동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별도의 특정한 문화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활동이 아닌 생활 속에서 문화활동을 활성화하자는 '문화의 일상화' 정책이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문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전해지고 향유되기 때문에 생활문화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 공동체와 공동체간 협력과 소통을 가능하도록 하며 미래사회의 인간 소외 문제 해결 및 인간 본성 회복을 돕는 활동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기에 생활문화의 활성화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는 것이다. 2014년 정부는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시행된 후 2016년부터 (재)생활문화진흥원을 설립해 생활문화 진흥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청송군 인구는 2만4천7백여 명이며, 고령 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농촌 도시이다. 총인구의 40%가 농가 인구일 만큼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춘 지역이며, 1960년대 이후 인구가 지속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농촌의 생활문화센터 건립은 일상적인 삶에서 문화적 향유를 강조하는 개념이 확산하여 농촌에서도 도시처럼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대적 욕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바쁜 농사일로 미루어 두었던 악기 연습과 도자기 수업 등 평소 배우고 싶었던 문화 활동을 농한기를 이용해 즐기는 남관 생활문화센터는 농민들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는 워라밸 명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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