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권 교체보다 ‘자기 정치’에 골몰하는 이준석의 ‘내부 총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내부 총질'이 점입가경이다. 과연 이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인지 여당의 저격수인지 헷갈릴 정도다. 무슨 목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다. '자기 정치'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당 대표 자리를 이용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 대표의 언행을 보면 이런 의심은 '합리적'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이 대표로부터 들었다고 김재원 최고위원이 17일 전한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될 것"이라는 이 대표의 말이 바로 그렇다. 김 최고위원은 원 전 지사가 "틀림없는 사실이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원 전 지사도 "왜 거짓말을 하겠느냐"며 김 최고위원의 발언을 확인했다.

사실이면 엄청난 문제다. 야당 대표가 야권의 대선 유력 주자를 주저앉히려고 기획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 3월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 "대통령을 만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 유승민이다"고 했다. 이후 윤 전 총장과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는 물론 입당 전부터도 사사건건 부딪쳤다. 그 충돌은 정권 교체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발전적 진통'이 아니었다. 거칠게 말해 이 대표의 내부 총질이 초래한 '소모적 말싸움'이었다.

그 목적은 이 대표의 '자기 정치'로 보인다. 그게 아니면 정권 교체를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판에 이렇게 분열의 언행을 일삼는 이유가 설명이 안 된다. 납득이 안 되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 한미 연합훈련 축소, 언론중재법 일방 처리 움직임 등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에 입을 닫고 있다. 현 국면에서 대정부 투쟁은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인가. 기가 막힌다. 당 대표가 대정부 투쟁의 전면에 서지 않으면 누가 그렇게 한다는 것인가.

이렇게 하라고 국민이 이 대표를 선택한 게 아니다. 일천한 정치 경험에도 그를 선택한 것은 국민의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정권 교체의 기반을 닦으라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이 대표는 지금 그 선택을 배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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