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택시기사 쉼터' 10곳 뿐…손님 많은 중·남구엔 왜 없나

특정 지역 몰린데다 시설도 열악…일부는 화장실 없이 벤치만
2018년부터 6곳 추가 설치됐지만 효과 미미하단 지적도
쉴 곳 없는 기사들 도로 전전…대구시 "환경 개선 노력할 것"

17일 오전 동대구역 택시 쉼터에서 택시 기사 한 명이 벤치에 앉아 휴식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17일 오전 동대구역 택시 쉼터에서 택시 기사 한 명이 벤치에 앉아 휴식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18일 오전 11시쯤 대구 중구 도시철도 반월당역 인근의 한 도로변 주차금지구역. 택시기사 박모(78) 씨는 차를 30cm가량 전진하다 멈춰서기를 반복하는 소위 '도둑 쉬기'를 하고 있었다. 약 5분가량 움직임을 반복하고서야 금지구역을 벗어났다.

박 씨는 "오전 6시부터 차를 몰다가 잠깐 쉬려고 하는데 택시 기사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곳이 마땅찮아 도둑 쉬기를 하고 있다"며 "실제는 단속 때문에 마음 졸이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영업을 하려면 시내로 나와야 하는데 도심에는 택시 쉼터가 잘 없어서 매번 도둑 쉬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구시내에 택시기사를 위한 택시 쉼터가 부족해 기사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몇 안 되는 쉼터마저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데다 시설마저 열악하다.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시내에 위치한 택시 쉼터는 단 10곳으로 북구 5곳, 동구 2곳, 달서구와 수성구, 서구가 각각 1곳씩이다. 시내 중심가인 중구와 남구엔 아예 쉼터가 없다.

이에 도시 중심부에서 운행하는 택시기사들은 특정 지자체에 쉼터가 몰려있어 이용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지난 2019년 대구시는 쉼터 6곳을 추가로 설치를 했지만, 이 중 5곳이 기존에 쉼터가 있던 북구(4곳)와 동구(1곳)에 만들었다.

택시기사 윤모(65) 씨는 "낮엔 시내로 가는 승객들이 많은데 정작 중구에 쉼터가 없어서 너무 불편하다. 시내는 차량이 많아서 차를 잠시 댈 만한 곳도 마땅찮다. 북구와 동구에 쉼터가 많지만, 그곳에 가는 손님이 별로 없어 찾지 않게 된다"고 했다.

쉼터마다 시설 구성에도 차이가 크다. 일부 쉼터는 식당이나 화장실 등 휴게시설이 갖춰진 반면 벤치만 놓여있는 간이 쉼터도 적잖다.

택시기사 문모(69) 씨는 "동구 망우당공원에 있는 쉼터는 식당도 있고 휴게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가지 못한다"고 했다.

김현수 전국택시산별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 소속 쉼터 관리자는 "택시 근로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쉼터가 구별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대구시 소유 부지나 건물 중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쉼터로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쉼터 추가 설치엔 택시 조합과 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장소를 선정한다. 중구는 용지 확보가 어렵고 남구는 있었으나 이용이 많지 않아 폐쇄했다 "기존 쉼터와 앞으로 설치될 쉼터에는 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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