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좌빨들이 친일 여부를 가리는 기준으로 삼는 것 중의 하나가 창씨개명(創氏改名)이다. 이는 매우 자의적인 잣대다. 민족 저항시인 윤동주(尹東柱)가 대표적인 예다.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가면서 '히라누마 도쥬'(平沼東柱)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바꿨다. 일본에 들어가려면 창씨개명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선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친일파가 되기도 한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 남방군 총사령부 병참총감 겸 필리핀 포로수용소 책임자로 전후 전범으로 처형된 홍사익(洪思翊) 중장이 그런 예다. 그는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으며 군내에서 조선인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친일파로 등재됐다.
더 나쁜 것은 김원웅 광복회장처럼 확실한 증거도 없이 창씨개명했다고 몰아붙이는 경우다. 김 회장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백선엽 장군이 일본 육군대신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를 흠모해 똑같은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시라카와는 1932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의 중국 상하이(上海) 훙커우(虹口) 폭탄 투척 의거 때 중상을 입고 한 달 뒤 사망한 인물로 당시 일본 상하이 파견군 사령관이었다.
백 장군의 창씨명이 '白川義則'이라는 주장은 2004년 출간된 '간도특설대'에서 나온다. 백 장군이 근무했던 만주군 옌지(延吉) 헌병분단장 소네하라 미노루(曾根原實)의 회고록이 그 근거다. '白川義則'을 일본어 독음(讀音) 관행대로 읽으면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된다. 백 장군이 창씨개명을 했다는 주장의 유일한 근거가 이것이다.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 보고서에도 백 장군의 창씨명은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간도특설대' 저자의 말대로 백 장군이 시라카와의 존재를 몰랐던 것인지, 알면서 창씨개명을 그렇게 한 것인지는 당사자 이외에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소네하라의 회고를 입증하는 어떤 공식 문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백 장군이 시라카와를 흠모했는지는 차치하고 창씨개명을 했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김원웅은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 귀를 닫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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