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월성 1호기 안 멈추면 인사 불이익 줄 것” 막가파 뺨치는 국정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산업부 관계자들이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을 상대로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관철했다는 내용이 백 전 장관 등의 공소장에 적시됐다고 한다.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여부는 원전 운용사인 한수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백 전 장관 등이 인사 불이익을 들먹이면서 한수원 사장 등에 압력을 가해 조기 폐쇄를 밀어붙인 배경에 의혹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대전지검이 지난 6월 기소한 백 전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 사장 공소장에는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법적 근거도 없이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적혀 있다. 채 전 비서관은 2018년 6월까지 즉시 가동 중단으로 방침을 변경해 추진하라고 백 전 장관과 산업부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백 전 장관 등 산업부 관계자들은 정 사장 등 한수원 관계자에게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라고 지시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 등을 가할 듯이 압박했다는 것이다.

채 전 비서관과 백 전 장관 등이 무엇 때문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의혹이 증폭된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은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참모들에게 말한 이후 본격화됐다. 문 대통령 발언에 따라 채 전 비서관과 백 전 장관 등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7천억 원을 들여 보수한 월성 1호기를 경제성 평가까지 조작해 조기 폐쇄해 한수원이 1천481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경주 지역 직·간접 피해와 원전산업 피해 등을 합하면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 조기 폐쇄 과정에서 장관이 부하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기업인 한수원 사장을 압박한 일까지 벌어졌다. 막가파 뺨치는 국정 운영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의 불·탈법을 낱낱이 밝혀 관련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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