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 <34> 영양 ‘하늘밭, 봄’

영등산 중턱에 있는 경북 영양 유일의 동네책방
험한 임도로 올라야… 한나절만 있다 올 수 있을까
귀농 부부 주택 개조해 운영…'손님 올까' 우려 말끔히 씻겨
통유리 밖 펼쳐진 자연 눈길

경북 영양군 입암면에 있는 책방
경북 영양군 입암면에 있는 책방 '하늘밭, 봄'. 김태진 기자

산중턱을 차로 오른다. 내비게이션에 '영등산'이라 표시된다. 애오라지 나무와 하늘만 보인다. 산 속의 고속도로인 임도(林道)로 오르는 길이다. 경북 영양에서 유일한 책방이라 할 수 있는 '하늘밭, 봄'은 확실히 하늘에 있는 밭으로 가듯 올라야 했다. 이름은 무턱대고 지은 게 아니었다.

13년 전 귀농해 살고 있는 용남중, 이은경 부부가 운영하는 책방이다. 책을 파는 곳이라기보다 책과 함께 쉬어 가야할 입지다. "손님 대부분이 사색이 돼서 오시죠"라는 말을 듣는다. 이곳을 소개해도 될지 잠시 고민한다. 그러나 고진감래가 무슨 말인지 실감하게될 만큼 특별하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에 있는 책방
경북 영양군 입암면에 있는 책방 '하늘밭, 봄'. 김태진 기자

책방은 부부의 집을 개조한 것이다. 책방에 들어서자 곧장 책 향기가 감돈다. 책에 인쇄된 잉크와 특별청정구역 영양의 A급 산소, 그리고 책방지기 부부가 손수 말린 꽃차의 향이 한데 섞여 코를 간질인다. 통유리문 바깥으로 호젓한 풍경과 구름이 짙푸른 숲 위에 펼쳐져 있다. 북스테이에 최적화된 곳임을 모를 수 없다.

무농약 농법, 순환 농법 실현에 나선 부부의 터전이 책방으로 바뀐 건 2년 전부터다. 여섯 가구가 사는 구레두들마을, 내비게이션에는 '늑구'(산이 말 안장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라 표시되는 마을, 행정구역으로는 영양군 입암면 대천리에 10년 넘게 살던 부부의 새로운 도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에 있는 책방
경북 영양군 입암면에 있는 책방 '하늘밭, 봄'. 김태진 기자

재미있게 사는 삶에 방점을 둔 이들의 삶은 자연스레 좋아하는 일로 눈길이 갔다. 소설마니아였던 부인 이은경 씨의 의지가 반영된 전환점이 책방이었다. 자신들도 반신반의했다고 고백한다.

'이곳까지 와서 책을 보고 가려할까.'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순도 높은 호응도였다. 영양에 책방이 없었는데 책방이 생겨 너무 좋다며 책을 기증하는 이들도 생겼다. 책이 좋아 오는 이들은 어떻게든 찾아왔다. 이 씨는 취향이 비슷한 이들이 많다는 걸 깨달으며 여전히 신기해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런 여행을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걸 그대로 만들어본 게 이 책방이에요. 아침, 저녁 식사를 주고 책만 보며 눈 돌리고 싶을 때 창 바깥을 보게 하는 거죠."

아무런 방해물 없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보인다. TV도 없다. 주변은 온통 진초록 숲이다. 스마트폰은 스스로 끄고 들어오는 게 암묵적인 룰로 보였다. 하루 자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제법 험한 길을 헤치고 갔는데 고작 한나절만 있다 오기에는 손해일 것만 같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에 있는 책방
경북 영양군 입암면에 있는 책방 '하늘밭, 봄'. 김태진 기자

대구에서 출발하면 두 가지 길이 있다. 청송 진보를 거쳐 입암면 대천리 방면으로 오르는 길이 있고 안동 예안을 거쳐 영양 입암에 들어서 영등산을 넘는 지름길이 있다. 두 길 모두 지방도에서 놓치기 쉬운 손바닥만 한 간판을 잘 찾아야 한다. 어느 길을 택하든 임도를 올라야 한다. 대천리 방면으로 가는 편이 시간은 덜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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