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엉망이 됐습니다. 살려고 빌린 돈이 저를 옥죌까봐 걱정이 큽니다."
대구 달서구 한 상가에서 10여년 째 500㎡ 규모 주점을 운영하는 최모(60) 씨는 지난달 말 대구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한 직후 가게 문을 걸어잠갔다. 오후 9시부터 손님을 받는데 오후 10시면 영업제한으로 업소를 닫으니 장사 자체가 불가능한 탓이다.
직원이 20이며 월 수익만 500만원 넘게 안겨주던 최 씨의 주점도 '코로나19 폭풍'을 피하진 못했다. 직원 5명만 남았고, 1~5차 정부 재난지원금을 받았지만 생활비로 쓰기도 전에 고정비로 사라지고 말았다. 전업주부였던 아내는 최근 청소용역 일에 나섰다.
최 씨는 지난달 9월 끝내 소상공인 긴급운영자금 1천만원을 3년 만기로 빌렸다. 수년 전 이사한 아파트 대출금이 1억5천만원 남아 월 80만원씩 갚아야 하고, 수입이 없어 월 400만원 주점 임차료를 내기도 빠듯했다. 이때 빌린 긴급운영자금은 처음 1년 거치 기간에는 2만5천만원 월 이자만 내고, 이후 원리금을 상환하는 식이다. 작게나마 도움 됐지만 이후 꾸준히 장사를 못 하는 상황에서 근본 대책은 못 된다.
최 씨는 수년 뒤에도 대출 상환이 어려우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그는 "대출 만기를 좀더 미룰 수만 있다면 좋겠다. 그게 안 된다면 고향의 부모님 소유 땅을 일부 팔거나, 지인들에게 손을 벌려서라도 대출을 갚아야 하나 고민"이라며 "언젠가 끝나겠지 하며 버티는 동안 삶은 엉망이 됐다. 이런 상황에 빚더미에 나앉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빚에 허덕이고 있는 대구 자영업자들이 다음 달 말 종료를 앞둔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조치를 앞두고 '재연장'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화된 거리두기 격상으로 영업 시간 및 집합 인원 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빚을 갚기는커녕 빚에 빚을 내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가 국내를 강타한 지 1년 9개월이 되도록 벌이가 나아지지 않고, 점포 운영비와 직원 임금, 업주 자신의 생활비 가운데 어느 하나 충당할 수 있는 게 없어 빚만 늘고 있다"며 대출 연장을 호소했다.
대구 수성구 황금동 호프집 업주 박모(33) 씨도 2019년 말 개업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를 맞는 바람에 4천만원 빚더미에 앉았다. 개업 당시 상가 보증금을 내려 은행에서 1천만원을 빌린지 3개월 만에 손님이 급격히 줄어 지난해 6월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 대출금으로 3천만원을 빌렸다. 2년 거치가 끝나는 내년부터는 매달 70만원가량 원리금을 내야 한다.
박 씨는 "대출금 상환은커녕 당장의 생계조차 막막하다"고 했다.
상가 임차료를 포함해 가게를 운영하는데 매달 250만원의 고정비가 들어가지만,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달 적자만 90만원이다.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 200만원을 받았으나 한달 운영비도 안 됐다.
그는 "벌어놓은 돈도 없고 대출을 갚을 여력이 도저히 없어서 몇 달 전부터 가게를 팔려고 내놨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다"며 "지금같은 불경기가 이어진다면 추후 '대출 돌려막기'식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밖에 없다. 대출 및 이자 상환 기한 재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숨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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