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압박하면서 NH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우리은행·카카오뱅크·SC 제일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조치를 내놓으면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20일 경북지역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농협은행 주담대 중단 소식이 화제였다. 도농복합도시가 많은 경북지역은 수도권과 비교해서도 특히 도민들의 농협은행 이용이 많은 지자체다.
오는 10월 이사를 앞두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농협 말고는 다른은행 계좌도 없는데 주담대 대출 중지 소식을 들어 너무 당황스럽다"며 "이제는 아예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30일까지 주택은 물론 주택 외 토지와 임야 등 비주택까지 포함되고 신규, 증액, 재약정을 아우르는 주담대를 중단하기로 했다. 각 지점 창구에는 언제까지 대출신청을 접수하면 받을 수 있는 지, 미리 대출을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서류 및 절차 등을 묻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벌써 다른 은행들도 대출 중단을 연쇄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세자금 대출의 신규 취급을 9월 말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도 간판 주택대출 상품을 중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분기별로 대출 한도를 관리하고 있는데, 이미 3분기 한도 몫이 승인 건수 기준으로 소진된 상황"이라며 "9월 말까지 신규 신청 분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취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전세대출 신청 취소 분이 나오면 일부 취급은 가능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에서 대출이 막히면 다른 시중은행, 2금융권으로 몰려드는 '풍선'가 나타나기 때문에 금융권 전체가 이번 결정에 따른 파장을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상황 파악에 나서는 모습이다.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이 자체논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인 탓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를 소집해 이번 대출 중단 결정과 가계대출 관리 방안 계획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농협은행은 올해 1~7월 가계대출 증가율이 7.1%로 정부의 연간 목표치인 5~6%를 이미 초과한 수준이다. 다른 은행들에 비해 현저히 증가율이 높아 약속한 연간 가계 대출 목표치를 어떻게 준수할 지 계획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7월 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5조2000억원 늘어 전월(10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이 한달새 7조5000억원이나 급증, 전월(6조4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순증액도 6월 3조9000억원에서 7월 7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권에 대한 가계부채 관리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어 추가 대출 규제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DSR 규제의 확대 적용, '연봉 수준'으로 신용대출 한도 축소, 주담대 약정 위반 점검 확대와 이를통한 대출 회수 등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움직임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한꺼번에 막힐 경우 실수요자의 주택시장 접근 자체가 막히는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계비로 쓰거나 점포 운영비로 충당하는 자영업자도 상당한 만큼 서민들의 생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